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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Jan 02. 2024

새해, 다짐 따위 왜 하는 거야?

다짐 따위

벌써 36살. 새해 다짐, 그딴 건 필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새해 첫날부터 부정적인 느낌 같지만 사실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래도 새해니까 목표를 적어본다. 작년과 비슷하다. 새해라는 이벤트에 취해 목표를 세웠을 뿐이니까. 다짐 따윈 쓸모없다고 앞전에 말한 이유다. 30살부터 했어도 6번을 했다.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이래도 다짐이 중요할까? 다짐, 동기부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의미 없다. 지키기 위해 조그만 습관, 행동 변화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의 시작은 등산을 통해 머릿속에 정착했다.


1월 1일. 설렘에 새벽 3시 겨우 눈을 감았다. 여자친구와 일곱 시에 일어나 등산을 가기로 했는데 말이다. 띠리링 새해 첫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밖을 보니 어둡다. 아니 회색세상이다. 영화 미스트에 한 장면 같다. 세상이 안갯속에 덮였는데 왠지 모르게 안심됐다.


'아침에 등산을 가지 않아도 되겠네'라는 생각이 순간 들어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운전 때문이지만. 안개를 핑계 삼아 오후로 등산을 미뤘다. 모자란 잠을 채우고 일어난 10시. 세상이 맑다. 잠도 잘 잤겠다. 밥 먹고 가야지 생각했는데 여자친구 기분이 안 좋다. 밥 먹는 도중 또르르 눈물을 흘리더니 화장실로 간다. 당황한 마음에 왜 그러냐 물었지만 대답이 없다.


분명 아침등산을 가지 않아서다. 안개가 걷히면 가자고 했었는데... 분위기를 알아채곤 달래기 모드에 들어갔다. 얘기를 들어보니, 새해 첫날부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서러웠다고 한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은 안개를 무시하고 등산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sns에 올라오는 인증샷에 더 서글펐나 보다.


아차 싶었다. 새해 첫날이기에 더 속상했을 것이다. 전도 그렇고 안개가 있으면 등산도 위험해서 오후에 가려고 한 거다 다시 달랬다.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우리 목표기에 둘의 패턴에 맞게 해내기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동요된 여자친구는 결국 기분을 풀고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의 새해 첫 다짐을 지키기 위해.


381M 높이의 홍성 용봉산. 이름부터 용의 해에 걸맞다.  한 걸음 한 걸음 딛고 올라가면서 다짐을 되새겼다. 손을 잡고 등을 밀어주며 정상과 마주했다. 뻔하지만 힘들 때마다 이렇게 낮은 산도 등산 못하는데 어떻게 살 거냐면서 힘듦을 이겨냈다.


내려오면서. 오빠의 말이 맞다고. 안개가 걷히고 와서 경치도 좋고 사람도 없어 좋다는 여자친구의 말이 내심 고맙고 기특했다.


돌아오는 차, 서로의 다짐을 다시 꺼냈다. 생각만 하지 말고 꼭 행동하자 서로를 북돋았다. 다짐 자체는 쓸모없지만 지키지 못하더라도 행동한다면 이룰 수 있으니까.


다짐 자체보다는 지킬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10kg 감량이 목표라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 목표를 이루기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 달 만에 10kg을 감량하고 몇 달 만에 다시 돌아오는 것. 1년 동안 10kg 감량하고 평생을 유지하는 것. 무엇이 좋을까?  


남과 비교가 쉬운 요즘. 다른 사람보다 뒤처진다 느껴지면 쉽게 포기한다. 굳이 앞서갈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천천히 도착하더라도 목적지에 닿는 것이 중요하다. 남을 따라잡으려고 하면 쉽게 지친다.  


2024년, 지난 후회의 끊을 끊고, 다짐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한 해를 보내보겠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겠다.


2024년, 모두의 소망이 이뤄지길 바란다. 지금 당장 아니더라도, 결국 이뤄지길 바란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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