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도시가 행복할 줄 알았는데 지쳤다.

'쉼'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까지

by 진심한스푼

이번 여행은 기대가 컸다.
아이 없이, 남편과 단둘이.
섬을 벗어나 도시로 향한다는 것 자체가 설렜다.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가지겠구나 싶었다.
오마카세, 백화점 디저트, 4DX 영화, 메이드 카페까지.
섬이나 시골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도시의 인프라를 자연스럽게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 늘 조금 부러웠기에,
이번에는 나도 그 속에 한 발 담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도착하고 나니,
마음은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대구로 이동하고, 낯선 사람과의 장거리 동행,
하루 종일 이어진 대학원 수업.
생각보다 더운 날씨와 바뀐 잠자리까지 겹치니
몸은 금세 지쳐버렸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라는 마음에
쉬기보단 더 많은 걸 누리고 싶었다.
백화점 디저트를 고르고,
오마카세 예약을 하고,
피부과, 영화관, 카페…
짧은 일정에 최대한 많은 걸 담으려다 보니
결국엔 과부하가 찾아왔다.


여행 중 노래방 화장실에서 겪은 젊은 친구들과의
작은 언쟁은 그런 피로감 위에 얹혀
더 크게 나를 흔들어놓았다.
낯선 자극,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는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란 걸
새삼 알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간 작은 빵집.
그곳에서 만난 ‘거북이빵’은
그날 내가 만난 어떤 디저트보다도 맛있고 재미있었다.
예쁜 오마카세도, 멋진 영화관도 있었지만
결국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이런 뜻밖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내 아들 또래의 아이를 보면서,
잠시 아이 없이 보내는 시간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와 함께했던 소소한 일상이 그리워졌다.

이런 좋은 것들을 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순간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아들 보고 싶다”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사실 섬에서의 시간도
늘 고요한 쉼은 아니었다.
그곳에서도 난 늘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길 바랐던 대구 여행은
결국 쉼보다는 또 다른 자극과 경험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느낀다.

섬을 벗어난다고, 도시로 나간다고
무조건 행복해지는 건 아니란 걸.
육아에서 잠시 벗어난다고
삶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젠 알 것 같다.

진짜 쉼이 필요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과하고,
무엇이 진짜 나다운 리듬인지.

앞으로의 여행은 배운 감정을 바탕으로 다르게 설계해보고 싶다.


체험을 욕심내기보다는,
비워내고 숨 쉬는 여행.
자극보다 감각을,
일정보다 나의 흐름을 중심에 둔 여행.


도시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즐기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


그렇게 나는
‘쉼’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를 돌보는 연습,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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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마주한 순간들 (연어초밥, 스파크랜드, 영화관, 맥주집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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