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그릇만큼만 할게요
아마 나는 그런 경험조차 해보지 못하는 인생일 수도 있다.
요즘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리어 "나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마 지금 내 마음 상태였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나도 쉼 없이 달렸다.
힘들어도 당연하게 참고, 수많은 부당함을 참고
내 그릇에 넘치는 에너지를 쓰고 지쳐 주변도 힘들게 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목표를 향한 준비도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내가 맡은 역할들을 빠짐 없이 해내며 살아왔다.
어느 날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더 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이후에도 더 달리는 사람들은 많다.
더 욕심내고, 더 배우고, 더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그런 걸 보면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한편으로는 숨이 찬다.
나에게는 지금,
조금 더 천천히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집안일을 돌아보고,
아이와의 시간을 더 깊이 누리고,
교사로서의 역할도 조용히 묵묵히 다져가고 싶다.
건강도 돌보고, 글도 쓰고
달리는 것보다 멈춰 서서 내 풍경을 돌아보며 살고 싶다.
권력이나 성취,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때로는
주어진 것을 충실히 해내고
그 안에서 '자기 것'을 누리며 사는 삶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처음부터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 나는 그런 경험조차 해보지 못하는 인생일 수도 있다.
근데 괜찮다. 아니 괜찮아야지.
인생은 가끔 게임 같다고 느낀다.
현질(현금 결제)을 하듯 시작부터 많은 걸 가진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운과 자원이 다르고,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차이도 있다.
출발선의 조건은 분명 다르다.
나는 무과금 유저까진 아니지만.
적당한 만큼 주어지고, 적당히 애쓰며 여기까지 살아온 사람.
그래서 오히려,
작은 보상도 더 감사하게 느껴졌고
조용한 성장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남들이 지나치는 풍경에도 자주 멈춰서게 되었다.
그게 지금 내가 누리는 삶이다.
남편은 지금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는 중이다.
나는 한 고개를 넘었고, 새로운 시작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금 올라가는 중이다.
서로의 속도가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어긋남이
각자의 타이밍일 수 있다는 것.
이제는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만큼,
내가 설 수 있는 자리를 지켜가며 살고 싶다.
더 멀리 가는 대신,
지금 내 옆에 있는 것들을 더 자주 바라보고,
더 많이 느끼고
더 깊이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꾸준히 재테크도 공부할 것이다.
현실을 모른 척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지금의 삶을 얼마나 잘 누리는 지가
내게 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혹시 지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건 어쩌며 당신이
자신의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 믿음으로, 제 속도로 오늘을 걸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