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둘만의 가족사진 촬영행사

우리 아들만 엄마 밖에 없네?

by 진심한스푼

유치원 행사로 준비된 가족사진 촬영 날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엄마, 아빠, 형제 자매와 함께 찍는다고 한다.

사진 속 빈자리를 채워주는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게 너무도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아들과 둘이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남편은 육지에 있고, 외할머니도 결국 직장생활로 오지 못했다.

괜히 제일 예쁘고, 아름다운 엄마로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아침부터 외모 단장하랴, 등원 준비하랴, 출근하랴 1년 중 제일 정신 없는 아침의 시작이였다.


사실 이번 사진만큼은 친정엄마가 함께해주시길 바랐다.

9월부터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이 정도의 시간은 내주길 바랬다.

섬에서 내 아들과 함께하고, 고생하고, 가장 많이 지켜본 사람이 외할머니였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결국 오지 않았다.

나 혼자 감당해야하는 서운함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내가 크게 바라던 것도 아닌데

그 작은 바람조차 채워지지 않는 순간

나는 또 외면당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어린시절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런 일들을 통해 이제 나는 완벽하게 슬픈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 묵묵하게 흘러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슬프고 힘들다고 멈추거나 누워있을 수가 없는 어른이니까.


사진을 함께 찍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내 아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진찍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긴장되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섬의 시간은 나와 아들이 함께 버텨낸 시간이었다.

섬 생활의 고립감 속에서, 남편도 없이 친정엄마도 없이

서로의 일상이 되어주며 하루하루를 쌓아왔다.


그래서 결국, 이번 사진은 우리 둘만의 사진으로 남게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부족한 사진 같지만, 나에게는 그리고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외로움도, 서운함도 함께 담겼지만 동시에 씩씩하게 버텨낸

우리 모자의 시간이 담긴 추억의 페이지다.


앞으로도 새로운 페이지들이 이어질 것이다,

언젠가는 남편과 함께, 혹은 외할머니와 함께 찍을 수도 있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사진 한장은 또 미래에 추억의 페이지가 될 것이다.


오늘의 빈자리는 슬프고 아쉽지만

그 아쉬움도 끌어안고

또 내일의 우리를 준비한다.

또 다른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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