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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un 01. 2021

‘N번방’ 이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나

[리뷰] 디지털 시대 살아가는 우리의 필람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언젠가 두어 편의 다큐멘터리가 국내 박스오피스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듯, 체코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코로나 19 전 개봉한 ‘조커’의 개봉 스코어를 제치고 6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영화는 체코에서 개봉 7일만에 체코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고 흥행 스코어를 달성, 14주간 박스오피스 TOP10을 차지했다.

파렴치한 범죄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체코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린 ‘#위왔치유’. 디지털 성범죄를 다뤘다는 이 작품이 국내 개봉소식을 알렸다. 손정우의 ‘웰컴 투 비디오’와 ‘n번방’, ‘박사방’ 사건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안이했음이 여실히 드러난 지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왓치유’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 사진 어쩌다필름

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20대의 여성 배우 테레자, 사비나, 아네슈카는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선다. 계정 개설과 동시에 전 세계의 남성이 접촉을 시도하고, 다큐멘터리 촬영이 이어지는 열흘 동안 총 2458명의 남성이 그들에게 나체사진을 요구하거나, 가스라이팅을 가하고, 협박과 그루밍을 시도했다.

미성년자라고 밝힘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욕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만 성희롱을 일삼던 남성들. 배우들과 제작진은 범죄자들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그 중 21명의 범죄자들과 대면하기에 이른다.

다큐멘터리 ‘#위왓치유’는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성과학자, 변호사, 경찰, 심리 상담사 등의 자문 아래 12세 미성년자 프로필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개설하고 온라인 채팅 프로그램에서 직접 대화에 참여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스크린에 옮겼다.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 사진 어쩌다필름

가히 끔찍하기 그지 없는 충격적인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에는 12세의 페이크 계정을 만든 지 5시간도 되지 않아 23-63세 사이 남성들이 연락을 시도하고, 자위행위를 강요하거나, 자신의 성기 사진은 물론이고 포르노까지 보내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영화가 시작한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마주한 끔찍한 행태들은 과연 현실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역겹다.

체코에서 벌어진 디지털 성범죄를 담은 작품이지만, 영화는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혹은 더욱 끔찍했던 사건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성범죄 사건들에 우리 사회는 어떤 경각심도 없었고, ‘웰컴 투 비디오’와 ‘n번방’, ‘박사방’ 사건이 들춰지고 나서야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대는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했고, 변화했으며, 무한히 확장해나갔다. 그러나 그런 변화에 맞춘 법제화는 신속히 이뤄지지 못했으며, 디지털 윤리 교육 역시 부진했다. 인터넷의 확산과 동시에 발전했던 포르노 산업이지만, 우리들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임을 잊고 쇼윈도에 걸려진 상품으로 바라만 봤다.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 사진 어쩌다필름

다큐멘터리 ‘#위왓치유’는 그런 우리로 하여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내가 행하지 않았다 하여,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 하여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선 안 된다. 디지털 시대의 효용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기에, 반대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향해 감시의 눈초리를 치켜들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연대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우리가 필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영화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가짜 계정에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거나 자위를 강요했던 이들을 직접 만나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가’를 묻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가 담은 모든 과정은 체코 수사기관에 넘겨졌고, 수사의 결정적인 증거 자료가 됐다. 그렇다면 ‘#위왓치유’는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다큐멘터리가 국내에서도 있었다면 체코에서처럼 수사로까지 연결될 수 있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요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이라면 꼭 한번은 관람해야 할 다큐멘터리다. 여전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무감각한 이들에게 당신의 그런 시선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포스터. 사진 어쩌다필름

개봉: 6월 3일/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감독: 바르보라 차르포바, 비트 클루삭/출연: 테레자, 사비나, 아네슈카/수입: 어쩌다필름/배급: 찬란/러닝타임: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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