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비난하는 말 중에 변덕쟁이라는 게 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잘 변하는 성질이나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줏대가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흔히 흔들림 없는 자기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멋있게 생각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런 모습은 독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할 때 말이다.
세일즈를 하면서 배운 건 내가 ‘어떤 모양의 통’에 담겨도 아귀가 딱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귀가 딱 맞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통’인지 빨리 눈치채야 한다.
상대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분명 나와는 맞지 않는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럴 때 그 관점을 바꾸겠다고 내 신념을 열심히 피력해 봐야 소용이 없다. 그 ‘통’에 내가 자연스럽게 장단을 맞춰주면서 파고들 틈을 찾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데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 중에 고객이 나와 맞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고객을 포기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고객은 아쉽지 않다. 세일즈 하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건 세일즈를 하는 ‘나’이다.
고객이 범법에 가까운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칼 같이 끊어내야 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내가 먼저 한 수 무르는 것도 방법이다. 맞받아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들어보고 판단하고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 쪽으로 끌고 올 수 있을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세일즈의 목표는 하나이다. 거래를 성사시키고 매출을 올리는 일이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데 무조건적으로 꼿꼿하게 행동해야 할까.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지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말에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화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니다. 상황이 바뀌거나 조건이 달라지면 얼마든지 내 주장과 피드백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세일즈도 곧 사람이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한 가지 답만 맞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