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다는 말은 속속들이 꿰뚫어 미치어 밑바닥까지 빈틈이나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일하는 과정에서 철저할 것을 기대한다.
철저함은 일을 넘어서 개인의 삶에도 투영되기 시작했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계획을 붙여서 치밀하게 살아가는 것이 미덕처럼 보였다.
그래서 필자도 철저하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하루 일과에 대해 계획하고 지키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했었다. 특히 세일즈가 주 업무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 리스트를 시간 단위로 적고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지쳤다는 것조차 핑계라고 생각해서 더더욱 스스로를 몰아쳤던 것 같다. 몰아친 결과 내가 무너졌다.
번아웃이 오고 무기력함에 놓였을 때 깨달은 것은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철저한 것도 좋지만 모든 일에 철저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 놓치는 것 없이 해내려고 하다 보니 쌓아 놓은 에너지가 팍팍 줄어드는 것도 모르고 더 쥐어 짜내며 했던 것이다.
처음엔 철저하게 해낼 수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느 하나 제대로 완성되는 것이 없었다.
고객하고의 소통에서도 실수가 생기고, 준비단계에서 지쳐서 마무리가 엉성해진 경우도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모든 일에 철저할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다. 사람에게 빈틈이 있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빈틈이 있으면 전문가답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상대가 나를 무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쓸데없이 철저해서 피곤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을 구분 지어서 철저와 빈틈을 모두 보여주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세일즈에서도 전략적 빈틈이 필요하다. 고객이 숨 쉴 틈을 주어야 진짜 니즈를 확인하고 소통이 가능하다.
바늘을 찔렀을 때 피가 나와야 사람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태도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조금 사람의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