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인지수정, 그 뒷이야기.

인지수정과 미움과 피해망상 내려놓기

by SOM

저는 현재 병원을 옮기고 받던 약을 그대로 처방받아 굉장히 소량으로 유지 중입니다.

행복합니다. 삶이 요즘 많이 안정되고 행복해졌어요.


2탄에서 언급했던 정신의 감옥을 많이 빠져나온 상황입니다.


오늘은 이 감옥에서 탈출하기까지 어떤 걸 했는지 적어보고 싶어요.


정신의 감옥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왜곡된 인식의 감옥입니다.


이걸 깨기 위해 근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의외로 아주 뻔한 상대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였어요.


지난 2탄까지의 저는 그냥 내 생각이 틀렸어를 생각하여 이상행동을 방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대 입장에서 과연 그럴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에 미친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똑같이 상대가 컵을 소리나게 내려놓는 상황.


나를 싫어하나?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나는 왜곡된 생각을 하는 법이 많다고 스스로 교정하며 나의 생각이 치닫는 걸 통제했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잘 관찰해보아서 든 생각입니다.


정말로 저 사람들이 다 완벽한 사람이고, 나만 하자가 있는 못난 사람일까?


타인이 완벽하기 때문에, 나한테 하는 행동의 이유는 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잘못한 건 무조건 내쪽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천천히 관찰해보니 사람들은 정말 비이성적인 이유로도 움직였습니다.


아니, 사실은 다들 사회화의 가면을 뒤집어썼지만 속으로는 유치한 질투심, 나아보이고 싶은 욕망, 이문에 대한 욕심 등 유치하고 더러운 감정들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게 가능해진 건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문제의식을 가지니 방법이 저절로 찾아진 거 같습니다.


다시 말해,


<나는 병이 있다. 일반인과 똑같은 상황에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나는 일반인과 비슷해지고, 더 밝고 다채롭고 행복한 삶이 나의 것이 되길 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지나치지 않은, 격렬하지 않은 수준에서 은은히 유지해왔습니다. 발병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이요.


그러다보니 아주 조금씩 세계가 저에게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튼, 다시 돌아가 사람들이 내 생각민큼 고결하거나 깨끗하거나 하나의 단일한 원리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 사람의 고유한 마음을 추측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유치원 때 배웠어야할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느꼈을까?


이걸 해보는 거죠.


의외로 사람들은 저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고, 열정도 없고,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자기한테 관심이 제일 많고, 자기가 잘 되기 위해서 혹은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서 타인이 필요하고요.


그 타인의 존재는 그래서 나한테 유의미한 수준까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악플이 달리는 이유도 비슷하죠. 나에게 필요한 그 사람의 존재는 내가 까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그 정도 수준으로만 나에게 존재하면 되는 거거든요.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이 이 지점을-내가 아는 상대는 그 사람의 전체가 아니고 내 필요에 의한 일부의 이미지일 뿐이다-잘 몰라요.


그러니 내가 돈을 벌고 싶어도 상대에게 그만한 걸 주는 사람이 되면 되고, 친구가 돠고 싶어도 상대에게 그만한 쾌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면 되고, 연인이 되고 싶어도 마찬가지인 거죠.


그러다보니, 세상에는 이를 깨달은 제공자들과 이를 깨닫지 못한 수용자라는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요지경인 이유를 알 거 같더라구요.


그러면, 인간의 사랑이라던가 우정은 없는 걸까?


저는 그것은 오히려 나에게 도움되는 이미지를 넘어, 내가 주는 사랑이 나에게 고스란히 도움이 될 때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즉 내가 사랑을 주는 거 자체가 내게 도움이 될 때 상대의 어떤 모습도 행동도 불쾌하거나 이용할 생각이 들지 않는 거죠.


사랑하는 존재는 그 자체로 쾌의 원천이 되어주니까, 재단할 필요도 나에게 필요한 점을 찾을 필요도 없죠.


아무튼 간에, 결론은 내가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요구와 이미지에만 맞추어주어도 관계는 문제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게 어쩌면 논어의 군군신신 부부자자 의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상대가 날 미워한다면, 날 미워하는 게 그 사람에게 득이 되어서 그러는 건데, 그럴 경우는 단 하나밖에 없거든요.


미워하지 않고 못 배기겠는 거죠.


미워하는 걸 참는 게 더 큰 손해인 거죠 자기에게 심정적으로.


미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감정인데, 절로 드는 미움을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런 경우는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이 탐이 나거나, 내가 자기가 너무 싫어하는 행동 성향을 보여주거나,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나 또한 상대에게 얻고 싶은 게 없다면 개의치 않을 권리가 있죠.


만약 그 미움이 신경이 쓰인다면 사랑을 받고 싶은 게 나의 욕구이고 채우고 싶은 것이라서 그래요.


그렇게 서로 바라보는 게, 요구하는 게 미스매치가 일어나면, 그 사실을 인정하면 답이 보입니다.


결국에는 하고 싶은 말은 상대도 나랑 같은 인간이고, 내가 존중할 필요는 있지만 상대가 나를 미워할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모든 걸 의심할 필요도 없다는 거에요.


그만큼 깊고 심오한 존재가 아닌 겁니다 인간은


뭔가 넘 날카로운 얘기들만 한 거 같은데요,


담번에 또 시간이 생기면 위에서 언급한 진정한 사랑을 얻는 법에 대해서도 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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