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 다시 가고 싶어하는 정신질환자들

정신병동에 갇히는 것이 꼭 괴로운 경험일까?

by SOM

안녕하세요, 이 시리즈로 글을 적는데 벌써 5탄째네요.


아마도, 제가 독특한 주제로 독특한 이야기를 해서 좋아해주시는 분도 생기는 거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무튼 간에, 위 글들을 쓰면서 원래 쓰려고 했던 주제를 벗어난 경우도 가끔 있었는데요, 마치 떡밥 회수처럼 (?) 한 번 회수해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정신병동 안의 분위기 이야기를 1탄에서 했던 거 같습니다.


이번엔 정신병동에 처음 입원한 날 기분이 어땠는지, 어떤 분위기인지 정말 내부자만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지난 1탄에서 이야기한 듯합니다만 처음 의사 선생님을 봤을 때 정상인인 척 하려고 무던 애를 썼습니다.


당시에는 조현병 증상으로 인해 제 상상 속의 친구들이 가장 중요할 때였고, 목소리는 아니더라도 '내 생각이 아닌 생각'(4탄 참조) 이 가장 중요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미친 짓을 하긴 했죠. 그런데 병동이라니.


제 주변인들은 처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꼈겠지만, 저는 병식(병이란 걸 인식함)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제 세상이 이토록 흥미로웠던 때가 없었는데요, 뭐. 굳이 주변인들 신경 쓰기에는, 병으로 인한 증강현실이 훨씬 재밌고 더 현실같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잘못된 걸 느낀 게 부모님과 친척들이 절 태우고 무당집에 갔을 때였습니다.


저는 차에 아무 생각 없이 실려서 증강현실을 즐기고 있었고, 친척들은 아무 말 없이 차를 타고 가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어떤 집과 거기서 누가 봐도 무당인 것 같은 사람이 나오더라구요. 저는 바로 도망가기 시작했고, 금세 붙잡혀 차 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때 뭔가 이상함을 느꼈었어요. 왜 나를 무당에게?


그 뒤, 폐쇄병동에 입원한 것은 저희 부모님의 결단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저는 뭔가를 감지했고, 당장 도망쳐나오고 싶었지만 침착하게 정상인처럼 행동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마 제 행동을 보고 이상함을 느끼진 않았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님의 이야기로 저는 바로 입원행.


문이 열리고, 잠깐의 저항 뒤 문 안에 갇혔을 때.


처음으로 문을 여는데 문이 열리지 않음을 경험할 때.


정말로 갇혔구나 싶어서, 문고리를 붙잡고 주저앉았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보내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답은 없었습니다.


안의 간호사들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안에 무시무시한 괴물들(저와 같이 병을 앓는 사람들이었겠지만 너무 무서웠습니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문에서 공간 내부로 눈길을 돌리기조차 두려웠어요.


그렇게 한동안 문고리를 붙들고 있다가, 포기한 듯하자 기다리던 간호사가 제 방과 의복을 안내해주었습니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때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해 정상인인 척, 최선을 다했습니다.


방에는 침대가 있었고, 단촐했습니다.


다인실이었으며, 위에 병원복을 내려놓고 갈아입으세요, 라고 상냥하게 말하고 나가는 간호사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멍하니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어요.


여전히 증강현실 안이었습니다.


병동 안은 생각보다 그리 무섭진 않았어요.


처음 입원한 시기에는 사람들은 서로 관심이 없었고, 삼삼오오 몰려다니지도 않았으며, 그냥 조용히 밥먹고 책 읽는 분위기여서 오히려 저는 적응이 쉬웠습니다.


안에서 약을 처음으로 처방받고, 먹기 싫지만 간호사들이 약을 주고 혀밑까지 검사를 하기 때문에... 억지로 먹구요.


음, 그거 말고는 정말 심각하게 비인권적인 부분은 없었습니다.


최소한 당시 제가 느낀 부분은 없었습니다.


제가 음식을 절식하자 의사가 식욕촉진제를 처방했고, 그 사실을 몰랐던 저는 살이 급속도로 쪘고 그 뒤로도 빼기 어려웠었다는 점 정도가 가장 비인간적인 처사였었습니다.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요, 조금은 가축이 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사회의 입장에서 물론 조현병 환자는 격리 대상이며 동시에 관리 대상이겠지요.


그렇지만 나도 인간임은 분명합니다.


최소한 인간 부모님 사이에서 났으니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도 느끼고, 불합리한 처사나 은근한 무시 등도 느끼고, 내면의 깊은 세계는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그런 사실이 존중받느냐 하면,...


뭔가 이 지점에서 복잡한 기분이 드는데요. 저는 일반인이었을 때도 제가 인간으로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한국 사회에서 많이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면, 좀 의아하실 수도, 좀 이해가 가실 수도 있으실 거예요.


그 전까지의 삶이 너무 팍팍하고 핑크빛 애정보다는 핏빛 악바리 정신으로 살아왔어서요.


별로.... 인간임을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 지점은 많지 않았구요.


대신 조현병이라 유독 인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은 지점은 하나 있는데요, 조현병 약이든 식욕 촉진제이든 뭐든, 약물로 내가 통제되어야한다는 사실이 좀 어려웠습니다.


내 몸이 아프다면 그냥 아픈 몸을 낫게 하는 장치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요,


내 정신은 곧 나 그 자체입니다. 나라는 존재, 나라는 인간은 약물의 통제를 받은 뒤에서야 사회에 어떤 한 의미있는 개체로 수용될 수 있다는 그 사실.


그게 너무 어려웠던 게, 사실은 병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약을 먹기 싫었던 큰 이유였습니다.


한 마디로, 이 약을 먹으면 내가 정신병자란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느꼈고, 제게 정신병자는 혐오스럽거나 무시할만한 대상이었기에- 그런 걸 내 자아상으로 인정하기가 싫었던 거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 자신을 정신병 이력을 가진 자, 약 복용자로 받아들였을 뿐더러, 오히려 약자들에 대해 연민이 생겼어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중학생 때 친구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 친구의 여자형제가 정신병에 걸려있다고 하더라구요.


말을 잘 못하고, 언행이 폭력적이라고 느껴졌고, 살이 엄청 쪄있었습니다.


보고 혐오스런 마음이 들었고, 무의식 중에 나는 저런 인간이 아니다 라고 혐오와 편견어린 생각했던 게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민스러워요.


저 사람은 또 어떤 마음의 아픔이 있을까 하고요.


사실 일반인들도 다들 큰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살더라구요.


그런 걸 포착하는 눈이 좀 더 발달하기도 했습니다. 오래 마음을 돌보고 관심 갖다보니까요.


...또 얘기가 샜네요.


다시 병동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 두려움에 휩싸여 입원했지만, 의외로 병동 안의 사람들은 그리 폭력적인 사람은 없었어요.


병동 안에는 칼, 볼펜, 전자기기, 밧줄 등 길다란 줄 형태의 무언가 등 모든 자해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이 금지였습니다. 샤워실도 해바라기 샤워기만 있고 줄 샤워기는 없었습니다. 그런 무기 될만한 게 없기도 했지만 누가 누굴 때리는 것도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액팅아웃한 사람도 본 적이 없구요.


그 안에서 나름 평화로웠던 것은 세 번의 입원 모두 그랬습니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건 탁구대랑 보드게임, 오늘 뭘 하며 하루를 때울지, 그리고 외출 시간이 언젠지 정도였던 거 같고, 새로 들어온 사람의 특징이라던가 의사 선생임들의 성향 등 그런 것들 정도에 관심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시간은 많고 할 건 없고 폰도 노트북도 패드도 없으니, 오프라인 게임이 많았습니다. 보드게임이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어서 사람들끼리 보드게임도 자주 했고, 루미큐브 마스터들도 매 입원마다 한 명씩은 꼭 있었습니다. 보통 어린 여자아이가 루미큐브 마스터인 게 좀 미스테리였구요. 탁구대도 하나 있어서 탁구 실력이 엄청난 사람들도 있었고, 대다수 아저씨였네요.


책도 있었고, 재활 프로그램도 그림 그리기, 반장 뽑기, 에어로빅 등 여러가지가 있었으며 노래방도 한 주에 한 번씩은 한 거 같아요.


한 마디로 지루하고 답답한 것만 빼면 뭐랄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회고립시설. 좀 안락하고 평온했습니다.


의외죠?


그리고 소름 돋는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병원을 나간 사람들 중 일부는, 사회에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으로 들어오고 싶어합니다.


답답하고 외출도 줄지어서 보호사(인솔자)와 함께 병아리처럼 따라다니며 해야하고, 일주일에 한두번 오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안에서 밖에 나가고 싶다 언제 외출이냐 생각을 병동 안에서는 하게 되긴 하지만요,


병동에 갇혀있던 사람이 새롭게 밖으로 나가서 모든 바깥 세상의 머리 아픈 일들을 만났을 때 말이죠,


아늑하고 안전하고 세상 만사를 잊은 어린아이처럼 굴어도 모두 용서해주는 그 시간이 너무 힘들 때는 달콤한 도피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세상 이치를 보았을 때 그런 안락함은 모두 가족이 그 병동의 비용으로 하루 십수만원을 내기 때문이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정신병자 타이틀은 오래 되어 익숙하고, 병원에 들어가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말이에요. 인간은 나약하고 평균보다 더 나약한 것이 바로 나, 정신병 이력 있는 나 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자처해서 병동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참기가 힘든 날은 부모님께, 주변에 둑 터지듯이 하소연할 때도 있었습니다. 나 아파서, 다시 병동 가야할 거 같다고요.


그만큼 병동은 위험하지 않으니, 주위에, 혹은 본인이 정신병동 입원해야하는데도 망설이고 있다면 입원하(혹은 시키)세요.


훨씬 밖에 있는 것보다 주변에도 덜 민폐니까...요.


이상, 병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려 적어보았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댓글로 달아주시면 시간 될 때마다 답글 달아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마무리 하시구요.


저처럼 아프지 마세요.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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