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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습관 만들기(6)

정리는 나만 할 수 있다.

by Sman

결혼 생활 15년 동안 7번 이사를 했다. 2년에 1번꼴로 이사를 한 셈이다. 이사가 주는 번거로움과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이사를 한 번 하면서 모든 짐들을 꺼내고 묶은 짐들을 버릴 때 기분이 좋다. 뭔가 순환되는 느낌을 받는다. 새로운 집에서는 잘 정돈해서 살아야지 다짐한다. 가구 배치도 새로 그려보며 최적의 공간을 고민한다. 이사 당일 날 이삿짐센터 사장님의 가구배치에 대한 조언도 받아들인다. 이사 당일부터 그 주말까지 열심히 정리를 한다. 나름 만족하면서 정돈된 집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사 후 몇 주가 지나면 이상하게 이전에 살던 집처럼 변해간다. 거실은 거실대로 안방은 안방대로 아이방은 아이방 대로 이전 집과 느낌이 비슷해진다. 참 신기한 일이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생활한 결과가 그 공간에 남는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사람에 따라 공간도 바뀐다. 이전과 다른 정리된 공간이 되려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 방을 정리해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정리를 한 다음 날이면 다시 그 상태로 돌아온다. 정리해주기보다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본인이 정리된 환경이 좋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학업 스트레스로 그런 중요한 것을 느낄 틈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정리의 목적은 시간과 비용 절약에서부터 자아실현까지 참 다양하다.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이렇게 복잡한 활동들이 과연 단순하게 해결이 될까? 그리고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문제를 다른 사람이 해결해줄 수 있을까? 정리의 문제는 삶과 관련되어 있어 결고 단순하지 않고 그것을 타인이 해결해 주기도 어렵다.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정리의 최종 결정과 행동은 본인이 해야 한다. 본인이 느끼고 바뀌지 않으면 결국 모든 것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이 꺼내기 좋은 곳에 있어야 하고 나의 주동선에 있어야 한다. 꺼내기 좋은 곳이란 내가 주로 활동하는 동선에서 가까운 곳이다. 일반적으로 허리에서 가슴높이의 장이 꺼내기 좋은 곳이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주동선은 내가 주로 이동하는 경로나 머무는 공간인데 나의 경우 의자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책상 서랍과 의자에 앉아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책장 하부 수납장 등도 꺼내기 좋은 곳에 해단된다. 만약 소파에서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소파 근처에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곳이 식탁일 수도 침대일 수도 있다.

무엇을 자주 쓰는지는 사람마다 더 다르다. 나 같은 경우 책을 도서관에서 주로 빌려 읽는다. 책에 밑줄을 그을 수 없어 관심 있는 구정에는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형광색 라인테이프를 붙인다. 그리고 반납하기 전에 떼면서 그 부분을 한 번 더 본다. 도장 찍을 일이 종종 있어 인주도 자주 쓰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책상 서랍 맨 위칸에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잘 쓰지 않거나 아주 가끔 쓰는 물건들이 나에게는 자주 쓰는 물건이다. 설거지를 해보니 그릇류보다 접시류가 많다. 냄비보다는 프라이팬이 많다. 그래서 접시류와 프라이팬을 더 꺼내기 좋은 곳에 수납한다. 이런 사용빈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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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인 적인 상황을 어떻게 다른 사람이 반영해 줄 수 있을까? 컨설팅을 받더라도 의뢰인이 전문가에게 자신의 상황을 다 이야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내가 내 삶을 잘 관찰하고 내 삶에 맞게 공간을 바꾸는 것이 느린 것 같지만 제일 빠르고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 정리하는 내가 되기 위해 하나씩 나를 바꾸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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