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의욕은 믿을 것이 못된다.
종종 정리에 대한 책을 읽는다. 1년에 2~3권은 읽었다. 곤도 마리에 님 책은 2번씩 읽기도 한다. 정리 관련 책들의 내용은 주로 정리 마인드와 스킬에 관한 내용들이다. 정리 마인드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 정리 의욕이 솟아오른다. 정리 책을 읽으며 방을 한바탕 뒤집어엎는다. 그리고 의욕적으로 정리를 시작한다. 정리된 방을 상상하면서 기분 좋게 시작한다. 처음 의욕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고 정리가 애매한 물건이 남고 정리 마무리가 잘 안 된다. 시계를 보니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많이 흘렀다.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라 마무리는 대충 하게 된다. 정신적으로 허기진 상태가 된다.
이렇게 몇 번 하다 보니 그 이후로는 정리책을 읽어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 큰 에너지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모든 물건을 꺼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다음에 하지 뭐.’하며 미루는 습관까지 생긴다.
계속 미루다 보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어도 한참을 미루다 미룰 수 없을 때까지 가서야 옷을 바꾼다. 나 자신이 정말 원망스럽다. 말로만 정리한다 하고 실행은 없는 자기 자신이 하찮은 인간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이 최소한으로 정리한다. 정리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어지기도 한다. 정리에 대한 지나친 의욕과 기대감이 두려움과 외면으로 바뀐다.
정리에 대한 동기는 수시로 변한다. 연초, 연말에는 정리 의욕이 높아진다. 다른 일이 바쁠 때나 다른 곳에 관심이 있을 때는 의욕이 낮아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의욕인 것 같다. 일관되게 정리가 안된 이유가 지금까지 이렇게 의욕에 의해서만 정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양은 냄비처럼 금방 끓었다가 순식간에 다시 차갑게 식었다. 언제 다시 의욕이 생길지 모른다. 의욕이 생기더라도 그 지속성은 낮을 가능성이 많다.
“마음의 상태가 사업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한 사람의 기분에 의해 아웃풋이 좌우되는 시스템이라면 결국 붕괴하고 만다. 억지로 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열정은 돈이 안된다.”
신사임당으로 유명한 유튜버 주언규 님의 책(KEEP GOING)에 있는 내용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열정과 의욕에 앞서서 뭔가를 하다가 잘 못된 경험이 많다. 그런 마음으로 하면 그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특히 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다. 열정이 있을 때 조금 하다가 포기한다.
이제는 열정이 솟아올라도 억제하려고 한다. 내 열정과 의욕에 관계없이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정리도 마찬가지다. 의욕 있는 날은 정리를 하고 의욕 없는 날은 정리를 안 한다면 결국 어지러운 상태가 될 것이다. 꾸준히 정리를 하는 습관(시스템)이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리하는 습관이 형성되니 그런 열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기분에 상관없이 정리가 된다. 오히려 기분이 안 좋으면 정리하는 것이 기분전환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의욕이 없고 기분이 안 좋을 때 정리를 더 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