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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Sep 23. 2022

책 육아/ 미니멀 라이프 vs 맥시멀 라이프





저는 미니멀 라이프가 좋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주부가 되고 더 강열해졌습니다.


물건이 많으니 선택해야 될 일도 많고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 있는 물건 또 사고

크지 않은 집에 버리지 않고 사기만 하니

계속 쌓여만 갑니다.


정리가 되어있고 물건이 많이 없으면


간단하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좋고

물건을 찾을 때도 좋고  

물건을 채워 넣으려 하지 않으니 낭비하지 않아 좋고

그래서 환경에도 좋고

무엇보다 집안의 청소 역할인 제가

빨리 청소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청소하는 것도 저이고 

물건을 찾아 줘야 하는 하는 것도 저이고

물건을 채워 넣어야 하는 것도 저이기에



그래서 저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고

소유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월요일은 미니멀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도서관도 문이 열지 않는 날이면

아이들이 등원하고 싹~ 청소를 합니다.


모든 물건들은 제집을 찾아 들어가고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하게 정리를 합니다.

(책장 위 블록 박스 보이시나요? 크기순으로 정리하는...ㅎㅎ)


그 정도로 저는


끔찍이도 정리해놓은 모습이 좋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러나


두 아이와 함께하는 

현실은 언제나 맥시멀 라이프입니다.



아이들에게 언제나 쓸 수 있게 종이와 펜을 가득 준비해 둡니다.

거기에 가위와 풀, 테이프가 만나면

10분 만에 쓰레기통 같은 거실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대략 8천 권의 책이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100분의 1만 꺼내 보거나 갖고 놀아도 발 디딜곳이 없습니다. 



블록 박스나 보드게임들이 제 위치를 벗어나면...

이것들은 작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어지르며 돌아다니지요.

거실로 들어서기가 무서울 정도로 어지러 집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함께 하는 것만큼은 미니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들의 자라나는 창의력까지 미니멀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의 공간에 채워주는 물건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것들 만큼은 아이들의 공간에 의도적으로 채워주지요. 





첫 번째는 책입니다.


집에 있는 책들은 아이들이 언제고 다시 빼보고 

자신만의 지식과 지혜와 상상력의 트리를 계속 키워가야 하지요.

미니멀 해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종이와 보드입니다.


어떤 곳에 다녀왔던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든

어떤 책을 보았든

그것이 지식 트리든 상상 트리, 지혜의 트리든

쓰고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후니는 책을 읽다가도 종이에 그리고 쓰고 정리합니다.

보드를 옆에 끼고 책을 펴고 몇 시간이고 쓰고 지우고 놀 수 있는 아이지요.

여니는 유치원에 다녀오면 각종 색연필과 펜들로 그림을 아주 멋지게 그려줍니다.

거기에 테이프와 가위까지 있다면 제가 생각지 못한 것들도 만들어 보여주지요. 



세 번째는 블록입니다. 


블록은 어떤 모양으로든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 냅니다.

어느 정도의 블록이 있다고 판단한 이후로는 더 이상 사지 않고 있지만

아이들은 100번이면 100번 다른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작지 않은 블록들은 여니가 클수록 처분할 예정입니다)



네 번째는 보드게임입니다.

(바둑, 장기, 루미큐브, 브루마블, 쟁가, 카드류 등)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생각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고 짜릿하고

아이도 저도 재밌으니까요.

정해진 보드 게임의 규칙은 언제나 아이들의 의해 다른 규칙으로 다시 탄생합니다.

특히 후니는 보드게임 하나로

10가지는 넘는 게임을 만들어 내곤 하지요. 




아이들의 물건은 이것들을 제외하곤

학교에서 가지고 왔다거나 본인들이 스스로 원해서 샀다거나

친척, 지인분들이 주신 선물입니다.

(이런 것들은 꾸준히 관심이 떨어지면 비워주지요)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부엌부터 화장실까지)은

본인의 원래의 목적대로 쓰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생각대로 언제나 변신을 합니다.

(냄비 뚜껑은 놀이기구로, 각종 이불은 텐트로, 배게들은 인형의 침대로, 의자는 건물 등과 같이요)



책들은 인형들의 집으로, 공주님의 성으로, 자동차의 시상대로 변하고

그랬다가 다시 본인의 역할로 읽히고 

블록과 보드게임들은 자기의 본래 역할이 있었던 적이 있기나 했듯

전혀 다른 역할들로 바뀌고 합쳐지곤 합니다.




순식간에 채워지는 이곳, 거실입니다. 





얼마 전 제가 아이들에게 너무 어질러진 거실을 보고, 

너무 어이없게 물건들이 다른 역할들을 하고 있어서

" 너희들은 어떤 물건이 주어져도 놀이를 만드는 대회에 나가면 1등 할 거야!"


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책도 다 없애고

갖고 놀 장난감들도 다 없애고


미니멀 라이프 한다고

거실에 책상 한 개만 덜렁 놔두면


아이들은 어디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어디서 재미를 찾을까요?



창의력은 고사하고 

인터넷 세상, 게임 세상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열렬히 사랑하는 제가

아이들이 물건들만큼은 맥시멀 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들의 자라나는 창의력까지 


미니멀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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