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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Oct 31. 2022

10/29(토) 책을 펴보는 시간, 아이의 화

토요일입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지내는 황금 같은 시간이지요.


1층 집이지만 햇살이 예쁘게 거실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럼 다른 층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예쁜 나무 그늘이 비추는 거실이 됩니다.


예쁜 나무 그늘 하나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로 오늘을 시작합니다^^



주말이 되면 저는 게으름을 피웁니다. 느지막이 일어나지요.


그럼 후니는 일어나자마자

"엄마 런닝맨 봐도 돼?"라고 합니다.


후니는 수토일 3일 런닝맨을 봅니다.

여름방학에는 매일 보던 런닝맨을 3일로 줄였는데 

엄마의 볼멘소리에도 정한 약속을 잘 지켜주는 기특한 후니입니다. 




런닝맨을 보고 나옵니다.


" 오늘은 일찍 끝났네?" 1시간 30분짜리 영상을 1시간 만에 보고 나와 물으니

"재미없는 부분은 넘기면서 봤어" 라며 게임하는 부분만 골라서 본 모양입니다.



나오자마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보는 것보다 편하게 바닥에서 보는데 허리가 걱정되어 항상 독서대를 밀어 주지요.


그럼 또 독서대에 책일 딱 올리고 봐줍니다.

아마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여니는 책보다는 영어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니는 영어를 꾀 알아듣고 말합니다. 언어 공부는 노출이 최고인듯하네요!)







오늘은 저 높이 있는 백과사전을 꺼내놓았습니다.

높은 곳에 있기도 하고 관심사도 아니어서 인지 꺼내보는 일이 없어

깨끗이 정리된 거실에 떡 하니 꺼내놓았습니다.

이것 좀 봐봐~ 읽어봐~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완전 의도적으로 ㅋㅋㅋㅋㅋ 

혹시나? 역시나!^^ 후니는 저의 그물에 잘 걸려듭니다.


꺼내놓은 책중 한 권을 들고 보기 시작합니다. 



책을 쓱쓱 넘기다가 천연가스 매장량에 대해 저에게 와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가 1등, 카타르가 세계 3위 매장국이라면서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옆에 있는 작은 나라인데

면적에 비해 매장량이 많아서 후니가 지도를 보며 설명을 해줍니다^^


여러 권의 책을 꺼내놓았지만 이 책 한권만 쓱 봐주었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이 책 한 페이지에 

후니의 나라 지식, 천연가스, 그리고 매장량(M3), 나라의 위치와 나라 사이의 관계까지 연결을 시켰으니까요. 


책을 보는 단 한순간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환경을 만들어 주니 이렇게 또 책 한 번을 보았습니다.

이런 한번 한 번이 쌓이고 쌓여 책이 언제나 함께하는 아이로 자랍니다. 




저녁에는 사촌들 저녁식사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가족들이 모두 출동을 했습니다.

심심해할 후니와 여니를 위해 책과 노트와 펜을 챙겼는데

주변의 게임기들이 아이들을 사로잡습니다.





아이들은 신세계(아이패드)에 눈을 떼지 못했지요^^;;

가져온 책은 펴보지 않은 걸로.........ㅎㅎ


어른들께 인사하느라 정신도 없는데

음식은 또 늦게 나오자 아이들도 지쳐 갔습니다.

소주잔에 음료수도 따라줘 가며 아이들이 성을 낼까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여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어김없이 뿔이 났습니다.

한정식집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아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지요.


저는 후니와 자리를 바꾸려고 했지만

후니는 자리 바꾸기 귀찮다며 버티기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 부모님도 계시고 일가 친척들이 다 모인 곳에서

아이가 밥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고

한마디로 남 부끄러운 짓을 합니다.


옆에서 친정엄마가 한마디를 거들지요

"여니야 여기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많은데 그러면 안돼!"

다른 어른들께서도 한 마디씩 합니다

"여니 왜 그래?" "밥 먹을 때 그러면 안 돼요" "여니 성깔이 있네~"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하, 이렇게 주목받는 날에 내 새끼라는 애가 반듯하고 방긋 웃는 예쁜 아이 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타는 속을 삭히면서  

"여니야 엄마 옆으로 와서 밥 먹자~"


"싫어!!!!!!!!!!!!! 싫단 말이야!!!!!!!!!!!!! 싫다고!!!!!!!!!!!!"


삐질삐질 진땀이 납니다.

옆에 앉아 있기라도 하면 달래면서 밥을 먹이기라도 할 텐데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누구 하나 양보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뇌에 오류가 생긴 듯

버럭 화를 내서 제압을 하고 싶어 졌습니다.

거칠게 데리고 나가서 밥 먹지 마! 여기 있어! 하고 윽박지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크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해온 배려 육아 책 육아였으니까요.

다른 사람 눈치가 보여서 내가 하고 싶은 감정 표현도 못하고

엄마에게 혼이 날까 봐 싫은 얘기 못하고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 어쩌지 못하는

지금도 그러고 있는 저처럼 크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여니에게 끝까지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알려줘~"

" 싫어!! 그런 거 없다고!!! 그냥 다 싫어!! 안 먹을 거야 안 먹을 거라고!!!"

" 그래도 소리 지르고 식탁을 치는 행동은 안돼! 화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건 잘못이야~"


꾹 참았습니다. 폭발하지 말자. "너! 엄마 창피하게 이렇게 할 거야??? 응?!!!" 버럭 하지 말자!


다른 음식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하자 

여니에게도 먹을 만한 것이 나왔습니다.


하나둘 먹어보더니 젓가락질을 야무지게 해서 입으로 가져갑니다.

하..

다행입니다.

기특하다 랄라이. 화내지 않았고 평정심을 유지했어! 휴.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한시도 쉬울 수가 없나 봅니다. 




집으로 왔습니다.


후니는 나가기 전 읽다만 책 앞에 가있고

여니는 책 한 권을 가줘와 읽어 달라고 합니다. 


책을 보는 아이들이 너무 예쁩니다.





눕기 직전까지 책을 골라 읽는 후니입니다. 


바깥에서 에너지를 쓰고 온 날이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책을 봅니다.

매일 책을 보는 할당량이 있기라도 한 듯 정신없이 몰입을 하지요.


오늘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너른 시간 책을 펴봅니다.

여전히 책과 함께합니다.

10년 책과 함께한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은 이렇게 아이를 커가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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