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로 유치원으로 간 사이
저는 오늘 오랜만에 약속이 있어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단풍나무가 예쁜 곳에서 밥을 먹는데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에
이렇게 또 가을 속에 내가 있구나. 하고 들어 왔습니다.
여니를 데려다주는 길
곧 떨어질 노란 은행잎들이 아쉬워 한 장 찍어주고
집에 돌아와 점심 약속을 다녀오고
아이들 하원 시키고 후니는 오늘 축구 수업이 있어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하다 보니
해가 지고 반달이 떠 있었습니다.
아파트로 가득한 이곳 서울에서는 달도 잘 보이지 않는데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로 ' 날 좀 봐줘~'하며 떠 있는 달이 예뻐 찍어 주었습니다.
순간순간으로 나누어 보면
이처럼 소중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스스로만 알 수 있는 나의 감정들.
심쿵하는 그런 영화 속 장면처럼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지요.
오래되어 많이 더러워진 식탁에 식탁보를 깔았습니다.
여니는 새로운 것을 항상 좋아하는 아이라.
깨끗해진 식탁에 신이 났습니다.
차려준 밥을 싹싹 비워 주웠습니다.
칭찬이 받고 싶은 아이가 싹 비워놓은 식판을 보여주며 방긋방긋 조잘거립니다.
"엄마, 나 이렇게 유치원에서도 먹어~ 이제 매일 이렇게 먹을 수 있어야겠다~"라고 합니다.
잘 먹는 아이를 보니 정말 먹지 않았는데도 배부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점심을 많이 먹은 탓도 있겠지요?^^)
아무튼 흐뭇해진 제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던 식사시간이었습니다.
밥을 먹은 아이들이 오늘도 야구놀이를 합니다.
소프트볼이라 위험하진 않지만 소리가 좀 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줍니다.
오늘은 뒤에 이름표도 붙였네요. ㅎㅎ
1번 후니 2번 여니
여니가 써서 붙여주는 것까지 오빠에게 진심인 여니입니다.^^
야구놀이 시간이 끝나자 후니는.......
역시나 책이지요.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니는...... 그림을 그립니다.
"엄마~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그렸다면 이제는 이렇게 잘 그려...^^"
하며 그린 것을 보여주는데
어쩜 말과 그림이 찰떡이네요^^;;;
후니가 축구 수업에 가는 날이면 유독 시간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후니의 친구들도 학원 1-2군데는 기본이고 하루에 3군데도 다닌다고 하는데.
저녁 먹고 숙제하면 잠잘 시간뿐인 것이지요.
여유로운 너른 시간이 많아야 책도 보고 에너지 충전도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후니의 너른 일상을 듣고서는 말합니다
" 넌 행복한 줄 알아~~!!!"라고요.
후니는 알까요?
이 너른 시간의 날들이 이 시기뿐이라는 것을요.
모를 것입니다. 그 시기를 지나 봐야지만 아는 것이니까요.
하고 싶지 않아도 사회의 흐름에 따라가야 할 시기가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내일도 저는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주려 합니다.
하고 싶은 많은 놀이를 하고 책을 보고 많이 행복하게요.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