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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Nov 03. 2022

책 육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줄도 모르고


아이를 키우며 매 순간 매 순간이 고비였습니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오롯이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저 혼자만의 일이 되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결혼을 했고 저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습니다.

낳기로 결심한 지 얼마 기다리게 하지도 않고 바로 후니가 찾아왔습니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복덩이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낳았고 키워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던 모든  삶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먹고 자고 입고하는 의식주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작고 작은,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는

이유를 알 수 없게 많이도 많이도 울었습니다.

솜사탕 같이 보드라운 아이를 안고 수도 없이 혼자 울었습니다. 


아이가 미워서 아이가 싫어서 아이가 소중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안 되는 삶을 아이와 맞춰가야 하는 제가 겪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이제 사라지고 엄마라는 사람만 남아서. 

매일 평범하게 지루하게만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느껴질 때

어떤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 지금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줄도 모르고..." 



누군가는 '그래' 맞는 소리네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이 말이 

저에게는 너무 깊게 박혔습니다.


아이가 처음 뱃속에 있을 때 간절히 기도했었습니다.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 주세요! 그럼 다 돼요. 그다음엔 제가 다 할 수 있어요. 제발 건강하게 만요"


그런데 아이는 발에 기형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다니며 또 간절히 기도했었습니다.

"제발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그럼 다 돼요. 그다음엔 제가 다 할 수 있어요. 제발요."


신랑이 응급실에 갑자기 실려가 시퍼렇게 질려 쓰러졌을 때도 그랬습니다.

"제발 아무 일 없게 해 주세요. 저 혼자 아이를 어떻게 키워요.. 제발요."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도 그랬습니다.

"빨리 낫게 해 주세요. 제 곁에 더 오래 있게 해 주세요. 제발요"


아프지 않고 내 곁에 내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럼 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간절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졌습니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평범하게 오는 일상은 지루해졌고

주변 사람에 바라는 것은 더 많아졌고

불평불만은 쌓여만 갔습니다. 


-

어차피 살아 나가야 하는 삶이었습니다. 

불평불만을 한다고 달라질 일도 많이 없었지요. 


자꾸 잊어버리는 절 위해.

정말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줄도 모르고 불평하고 불만만 쌓여가는 절 위해. 

가슴에 박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모든 순간을 정말 소중하게 감사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엄마에게 예쁜 생명으로 와주어서 고마워"

" 엄마 곁에서 이렇게 밝게 웃어주어서 고마워"

" 엄마라고 불러 주어서 고마워. 엄마가 될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워" 


"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푹 빠져 사랑도 해봤고 당신 덕분에 너무 예쁜 아기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제일 어려운 사람. 내 부모님에게.

" 엄마의 딸이 되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아빠의 딸이 되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 건강하게 곁에 계셔 주셔서 감사해요."

"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간순간으로 나누어 되짚어 보면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따스하고 밝게 비춰주는 햇살도 소중하고.

보슬보슬 내려주는 빗방울도 소중하고.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집도 소중하고.

배를 채워준 따스한 밥 한 공기도 소중하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소중합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평범한 일상이

매일 변함없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원 사고 후 어떤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은 당신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네 맞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길을 걷다가, 운전을 하다가 수 없이 마주치는 자동차와의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자연재해로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지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와 병균들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겠지요.


그럼에도 평범한 주부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그저 두려워하고 살기에는 

매일 어두운 밤을 지나 마주하는 날들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지요. 

 





아이를 키워나가는 엄마라는 위치에서 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주부의 위치에서

저는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믿으려 합니다. 


하루하루 아이와의 행복한 육아를 하고자

소중하게 주어진 시간들을 살아가고자 선택한 책 육아였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아이들의 삶을 비춰줄 책을 선물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책으로 큰 제 아이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우길 바라봅니다.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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