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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Nov 07. 2022

11/4(금) 이가 빠졌어요-아이의 속도에 맞춰


시간이 빠르게 갑니다

벌써 금요일이네요.


여니의 이가 흔들립니다.

계속 아프다고 했지만 많이 흔들릴 때까지 기다려야 뺄 때 아프지 않아 두었는데.

안쪽에서 이가 나오는 것이 보여

유치원 하교시간에 맞춰 치과에 갔습니다. 


생애 처음 이가 빠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여니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오늘 뺀 아랫니가 나왔습니다.

그 이가 얼마나 예쁘고 예쁜지

선홍색 잇몸에 삐죽하고 나온 하얀 이가 마냥 예뻐 사진을 마구 찍어 준 것이 기억이 납니다.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니와 함께해준 소중한 이를 뺀다고 하니

마냥 신이 난 여니와 달리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는 아쉽기만 합니다.


치과에 도착한 여니에게

" 여니야 이 보여줘~ 빼는 이 어딨지? 엄마 사진 찍어 놓으려고! "


이~하며 보여주는 여니가 너무너무 귀여워 마구마구 볼을 비벼 주었습니다.


막상 치과의자에 누우니 덜덜덜.

우두둑 소리가 나며 여니의 이가 빠졌습니다. 






집에 잘 가지고 와서 이 보관함에 소독 후 넣어 놓았지요.


"나도 이 빠졌다~~" 여니는 신이 납니다.


할머니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자랑을 해보지요^^


뻥 뚫린 구멍이 여전히 아쉬운 건

지금까지 아이를 온전하게 키우려 애쓴 제 마음 때문이겠지요.

이가 빠지는 시기가 오기까지 키워낸 저에게도 참 애썼다. 토닥여줘 봅니다. 아쉬워만 하지 말라며..


아이가 커간다는 것.

한 걸음 한 걸음 변한다는 것.


엄마가 그 속도에 맞춰 잘 커가는 것이 진정한 육아라 생각해봅니다.

매일매일 아이와 이별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육아. 

아직도 저는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후니는 오늘도 칠판 앞에 있습니다. 쓱쓱. 몰입의 시간. 


후니 7살 이모가 사준 칠판인데 벽에 걸어 놓지 않아 스케치북처럼 쓰고 있습니다.

후니의 많은 시간을 처절하게(?) 함께 해주고 있어 100만 원을 주고 샀어도 아깝지 않았겠다고, 땅에 묻어줘야 한다고. 고생했으니까...ㅎㅎㅎ라고 말하곤 합니다.

 

글씨를 처음부터 잘 가르치면 좋았을 텐데

초등학교 1학년 글씨 쓰기 연습할 나이에 학교에 가지 않고(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빈둥빈둥 너른 시간 책만 보고 놀았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니 좀처럼 글씨체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아이가 예쁘게 글씨를 써야 할 의미조차 인식하지 못하니

억지로. 강요에 의해서만. 협박(?)으로만 가능할 것 같아.


도저히 못 알아보겠는 것만 고쳐보라 말해봅니다.


엄마의 말이란. 

아이에게 아무리 조심스러워도 잔.소.리.로 들리기에

항상 조심합니다.


이렇게 또 아이의 커감에 맞춰야겠지요.





여니가 곱하기 나누기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스스로 공부?

유치원에서 친구가 나누기할 줄 알아? 곱하기할 줄 알아?라고 한 모양입니다.

수학과 출신 엄마답게 그림까지 그리며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는데.

" 그냥 말로만 설명해!!!"라고 하네요^^;;

호박 같은 게! 흥!



후니의 칠판입니다. 곧 지워지는 게 아까워 찍어보았는데.

레벨 1이 주사위 공격 2 방어 2

별이 모래 2/3 별의 돌 8/15

별의 진주 1/1 별의 나무 15/100

모래 40/70 진화의 보석?

진주 3/5


??????????????????????????????????????????/


이게 뭘까요...........

게임을 만들어서 스스로 숫자와 기호로 수 계산을 합니다.


후니는 접했던 지식들을 이렇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어떤 것을 만나도 수치화와 마인드맵화 시키기 선수지요.


아이는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재주(?)로 먹고 살아갈 것입니다.

후니의 커감이 기대되는 이유이지요.




여니는 종이 접기에 완~전히 꽂혔습니다.

색종이를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기에

거실 청소를 해두면 밖에 나가 사 가지고 오겠노라 했습니다.

색종이 필 공간 확보를 위해서요..^^:;;


아이 둘이 열심히 정리를 하기에

외투만 걸치고 근처 마트에 가서 색종이를 사다 주었습니다.

앉은자리에서 뚝딱뚝딱 딱.지.를 접습니다.


조물조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쓱쓱 꼼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싹둑싹둑 자르고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여니는


천생 여자아이입니다.


여니도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재주로(?) 먹고살 것입니다. 

여니의 커 감 또한 기대되는 이유이지요.



여니가 종이 접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배를 잘라 후니 옆에 여니 옆에 내주었습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배가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오늘의 피곤과 언짢았던 기분마저 날아갈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잘게 잘라 장면으로 나누면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행복한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은 불금입니다.

내일 시댁에 잔치가 있어서 하는 것 없이 바쁘게 흘러가 아이들 잠자는 시간을 놓쳤습니다.


그래... 금요일이니까 즐겨라.

12시가 다 되도록 아빠가 일을 갔다가 퇴근을 해도 아이들은 놀이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끝이 없을 것 같아. 거실 불을 끄고 침대방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습니다. 




두 아이는 어느새 자석처럼 붙어 장난을 치며 깔깔거리고

슬쩍 다가온 아빠에게도 

" 어? 여기 무슨 산이 생겼네? 올라가 봐야지~"

하며 찰싹 붙어 봅니다.


클수록 아빠에게 저리 가!! 소리를 하는 여니지만

아직은 보들보들 아기인 저희 부부의 기쁨조 막둥이입니다.^^


아이들이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다면 오늘 하루도

끝입니다.


휴♡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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