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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Nov 10. 2022

11/7(월) 전쟁놀이(아이의 넘치는 항아리)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여니가 먼저 집을 나섰습니다.

유치원생인데 초등학생보다 더 일찍 가지요.

일찍 가는 것이 좋고 늦게 가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얘기해주어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빠랑 여니는 집을 기준으로 반대로 방향으로 갑니다.


안녕! 우리 각자 잘 지내자 만나자!!!^^




등굣길 등원길은 

후니와 신랑이 짝꿍, 여니와 제가 짝꿍입니다.


여니는 유치원이 괴로운 곳이라며

친구들이 안 놀아주어서 외롭다며 많이도 울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상황이 좋아진 것도 아닌데

아이는 유치원에 가서 잘 있다가 와줍니다.

괴롭고 힘들기도 할 텐데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

가야 하는 곳이라고 했기 때문에 억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보내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데.


여니의 통통 튀는 발걸음, 웃음 짓는 눈을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언제나 답은 아이에게 있는데. 

그 답을 제 안에서 찾으려니 정답이 찾아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잘 크고 있을 겁니다.

믿는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이니까요. 




아이를 보내고 바로 청소를 합니다.

오전 1-2시간 정도 해가 들어오는 거실 바닥은 반짝 반짝 광이 납니다.


그리고 냉장고 털이. 

두부며 양파며 당장 먹어야 할 것들을 쏟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렸습니다.

만들고 보니 다이어트 식단이네요. 소금과 후추만 넣고 만들었는데

맛이 좋아 배가 부르도록 먹었습니다.


집을 치우고 일기도 쓰고 보니 벌써 후니를 데리러 갈 시간입니다.


커피 한잔 먹으려고 물을 올려놓았는데..........힝..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따뜻한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한 모금씩 홀짝홀짝.

가을잎들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예쁜 나무들을 보여

아이를 기다려봅니다.


후니는 엄마를 보고는 쓱~~뒤로 돌아 놀라게 합니다!

장난꾸러기! 옷도 제대로 못 입은 게! 몇 시간 만에 봤다고 이렇게 반갑네요^^



아이들 먹이고 설거지해놓고 빨래도 돌려 마무리까지 다 하고 나니

진이 다 빠지네요 ㅠㅠ


여니는 빨래 바구니에 앉아 야무지게 맥스 앤 루비를 봅니다.



후니는 깨~~~끗하게 치워진 거실을 도화지 삼아 

" 엄마 전쟁놀이해도 돼?"라고 합니다.


전쟁놀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할일이 쌓인 제가

"그래~"라고 대답하자마자


정리되었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ㅠㅠ

도미노, 책, 브루마블, 바둑돌, 장기알.......



그리고는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대한민국 지도구나! 그리고 나라의 경계를 나누고.

신라 백제 고구려. 가야까지.



거실에 툭 떨어져 있는 책 1권

이 책을 쓱 펴보았겠지요? 그리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것입니다.


각 나라의 성을 쌓고 군사들을 배치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쟁을 하여 뺏기고 빼앗고 영토 확장 놀이를 한 것이지요.


삼국시대의 몰입은 1-2년 전에 끝이 난 줄만 알았습니다.

포켓몬에 빠져 더 이상 역사는 관심도 없는 줄 알았지요.


하지만 이렇게 문득 아이의 항아리가 넘쳐흐릅니다.


신랑이 해준 말이 후니에게 적용해도 되는 말일까요

" 옛날 정도전이 책을 싹 태운적이 있어. 그때 옆에 있는 제자가 왜 책을 다 태우십니까 물으니"

" 이미 내 머릿속에 다 있네"라고 했답니다.


잠자리 독서로 여니와 함께 에디슨을 읽었습니다.

미국에서 19세기에 태어나 1931년에 생을 마감한 에디슨에 대해

후니는 이때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뒤처졌으며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이 임진왜란 때도 총을 썼지만 우리의 대포가 더 강했다.

그런데 서양이 우리나라와 교류를 하려 했지만 우리에게 이득이 없다고 생각한 우리나라는 빗장을 걸어 잠그며 버텼고 일본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는데 싸워져 졌기 때문에 서양과 교류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본을 우리보다 더 강하게 만들었다. 

프랑스가 강화도에 침입했을 때 우리가 져서 교류를 했을 수도 있는데 유물만을 뺏기고 끝이 났다며

프랑스의 물건을 우리가 사들이고 총이나 그런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다며...?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대충 기억하는 저도 용하지요?^^)


에디슨 위인전을 읽으며 임진왜란부터 일본, 프랑스의 강화도 침략까지 풀어내는 후니입니다. 


1만여 권의 책을 읽고도 

아이가 둔재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책만 읽는 바보! 구나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는 모습일 뿐

후니의 머릿속 저장고엔 그동안 쌓아온 엄청난 정보와 지식들이 마인드 맵을 그리며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줄줄이 소시지처럼 연결되어 언제든지 나올 준비를 하면서요!








숙제를 마무리하고 여니는 엄마와 오빠 곁에서 장난을 칩니다.

고리를 화장실에 붙여 놓았더니 양쪽 볼에 붙이며 노는데

어찌나 귀여운지요^^


이제 잘 시간이 다가오네요.

보고 싶었던 구슬 영상이 보고 싶다고 하여

"1개만 보고 끌 수 있어?" 물어보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마지막 간식으로 누룽지에 설탕까지 찍어먹으며

아이들은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청소며 빨래며 냉장고도 비워가며 정신없이 보냈던 이유는

내일 제주도에 가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한 것만 넣는다고 넣었는데도 짐이 많네요!


내일 오늘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봅니다.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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