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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Nov 20. 2022

11/17(목) 너와 나 연결된 끈

오늘은 수능을 보는 날입니다.

후니도 9년 뒤면 수능을 보겠지요?

까마득하긴 한데 잠시 상상은 해보았습니다.


놀기만 좋아하는 이 아이가

공부만을 하는 아이로 자라 줄 것인가? ㅎㅎ


책이 주는 힘을 우선은 믿어 보겠습니다^^




수능날이라 등원을 1시간 늦게 했습니다.

계란후라이로 아침을 때우고 포켓몬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여니를 먼저 데려다주고 오랜만에 후니도 교문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아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애잔합니다.

이유를 뭐라 말하기 쉽지 않지만, 

'가족의 품에서 떨어져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곳으로 가는구나' 생각해서 일까요?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집으로 옵니다. 




아이들이 하원, 하교를 합니다. 

여니의 유치원 가방에 꾸깃 꾸깃 종이들이 들어 있는데,

그림도 그려져 있고 글자도 적혀 있습니다.

종이 한쪽 구석 유치원 자유시간, 심심했을 그 시간, 한 자 한 자 적어왔을 글자


'엄마 사랑해요♡'


아주 작은 글씨라도 터무니없는 곳에 쓰여 있더라도 

언제 보아도 뭉클한 표현입니다.


'엄마도 너무너무 사랑한단다 아가야.' 



목요일은 놀이터에 같은 반 친구가 있습니다.

후니는 친구와 놀고 싶다고 나가고 여니는 오빠를 따라 나갑니다.

여니는 아직 엄마 없이 나가는 것이 불안한데 

그럼에도 나가고 싶다고, 오빠 노는 것 방해 안 하고 놀 테니 나가게 해달라고 합니다. 


창문 밖 놀이터를 보며 귀를 기울여 봅니다. 


'잘 놀고는 있나?'


아이들이 없는 시간, 청소도 하고 저녁에 먹을 조기도 구워놓고 책도 읽어 보지만 

여니가 오빠들 사이에서 잘 있으려나 걱정이 되어

계속 창밖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게 됩니다.


여니가 한 살 한 살 커가면서 

창밖을 바라보는 횟수도 한번 한번 줄어들겠지요?

그러면서 더 이상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편하게 책을 읽게 될 것입니다.

좋으면서도 아쉬운 생각이 들어 괜스레 코끝이 찡해집니다. 


해가 짧아져 6시가 되기도 전에 어둑어둑 해집니다.

아이들이 어두울 때까지 들어오지 않아 나가려고 옷을 챙겨 입는데 

띠띠띠띠 띠리릭하며 현관문이 열리고 두 아이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애들이 다 갔어~ 다음에 또 놀자고 했어~"라고요.


이렇게 저는 오늘 또 한 번 아이와 제 몸에 이어진 끈을 더 길게 늘여봅니다. 

평생 끊어질 일은 없겠지만 더 길어질 일만 남은 그 끈이요. 




집에 돌아와 구워놓은 조기에 밥을 한 그릇씩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 숙제까지 해놓은 아이들은 이제 자유시간입니다.


저는 피곤이 밀려와 잠시 침대에 누워있는데 집안이 조~~ 용합니다.


그리고 여니가 " 엄마~~~ 심심해!!" 하고 제 곁으로 다가 오지요.


"오빠 책 봐?"

"응~"


여니가 심심해한다면

후니가 책을 보거나 칠판 앞에서 자신만의 놀이에 몰두할 때입니다.

아까 청소하면서 읽었으면 하고 독서대에 올려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읽었으면 좋겠네'하고 몸을 일으켜 나왔습니다. 

'올레~!' 그 책을 보고 있습니다. 


글밥 책은 이렇게 보이고 보여 노출을 해줘야 겨우 봐주네요.



"여니야 엄마랑 놀자"하며 후니에게 방해가 될까

다른 방으로 여니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엄마, 나는 귀신이다~괴물이다!" 하며 장난을 치네요.

7살 개구쟁이 여니가 저는 좋습니다.

더 많이 장난꾸러기로 제 곁에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여니에게 책 몇 권을 읽어주고는 영어 DVD를 틀어 주었습니다.


근데.. 또 어느새 다가와 

" 엄마~심심해~~~" 



메이크업실도 차렸습니다.

"엄마 몇 년 젊어지고 싶어?" 

"엄마 한 10년은 젊어지고 싶은데???"ㅎㅎㅎㅎㅎㅎ


제 로션 꺼내 얼굴에 발라주고

머리에 물도 뿌려 머리띠도 해줍니다.

고객 맞춤으로 고를 수도 있습니다. 

공주 스타일, 청소년 스타일, 어린이 스타일...

흠............ 저는 청소년이 됩니다.ㅎㅎㅎㅎ


오늘도 여자여자한 우리 집 공주님입니다. 




한참을 여니와 놀고 나와도

후니는 그 자리 그대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엄마 심심해~~~" 하네요^^;;;


"이제 자야지?" 

"벌써???????????????????!!!" 


아이들의 하루는 시간이 빨리 갑니다.


침대 위 스탠드를 켜고도 계속되는 책 읽기.

후니는 밖에서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집에서의 시간에 책을 몰아 봅니다.


이제 진짜 자자!

학교에서 피곤할세라 이제 그만 보고 자자고 말해 봅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너 엄마와의 거리를 계속 늘려만 갑니다.

오늘 또 한 번 그 거리가 늘어난 기분이 들었네요.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책과 함께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런 하루 하루가 쌓여 커다란 책 항아리가 채워집니다.

넘실넘실 넘쳐흐를 날을 기다리면서요.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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