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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Mar 20. 2022

일상/ 괴롭힘을 당한 아이





아이가 학교에서 울면서 집에 왔습니다.



후니는 말이 많은 아이는 아니에요.

하고 싶은 것이 많아 항상 대화를 하기보다는 놀이가 먼저인 아이죠.



그런 후니가

며칠 전부터


"철수(가명)가 책상을 발로 자꾸 건드려"

"철수가 주문을 걸었다고 했어 너네 엄마 오늘 죽는다~"


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 말은 좀 심한데? 싶어 뜨끔 했지만

 애써 "그랬어? 그 말은 좀 나쁜 말인데?" 하고

아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살폈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결국엔

철수가 자꾸 기분 나쁜 말을 하며 따라온다며

울음을 터트린 것이지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저의 책 육아 지식이여 저에게 지혜를 주옵소서.








우선 담임선생님과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철수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종종 나쁜 말들을 한다고 하시며

철수와 후니와 3자 대면을 해보겠다고 하셨고



후니에게 설명을 해 주었더니



" 선생님과 상담하면 철수가 이제부터는 안 그런데?"

"앞으로는 철수와 같은 문으로 나오지 않아야겠어"



라며



아이는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피해자가 겁을 먹고 도망침



정당하지 않았죠. 화가 났습니다.





선생님과 상담이 있기로 했던 날.



아이의 반에서는 상담 선생님의 공개 수업이 있었습니다.



9시 40분

줌 접속을 하여 아이의 교실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운데 앉아 있는 아이.

딱 보아도 빛이 나는 아이


후니였죠.



수업이 중반쯤 흘러갈 무렵


철수라는 아이가 근처 아이들을 한 명씩 건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앞의 아이에게 지우개 조각이며 종이조각을 던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옆의 아이의 가방을 발로 건들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이 아빠와 수업을 보면서

후니에게만 그런 아이가 아닌가 봐....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각선 뒤에 않은 후니의 책상을

몸을 돌려 발을 길게 뻗어 건들기 시작했습니다.




후니가 아주 큰 소리로 " 하 지 마 " 하고 말했는데



줌으로 바라보고 있던 제 표정은 굳어져 갔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흔히들 하는 장난이 일어났다고 생각 드신 걸까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고



철수는 또 한 번 후니의 책상을 발로 건들었습니다.

후니는 책상을 옆으로 당겨 피해보려 했구요.



그래도 멈추지 않는 철수.  



결국 후니는 하지 말라고 하며 철수의 다리를 세게 밀치고는

선생님께 나가서 말씀을 드렸고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광경을 공개 수업시간에

다른 부모님들도 보는 시간에

내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속상했습니다.



화가 치밀어 랐습니다.



가만히 있는 아이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은 아이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왜. 도대체 왜?


약해 보여서 먹잇감으로 정한 거니?




감정이 절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어요.







"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친하게 지낼 수도 있어요~

잘 타일러서 친하게 지내라고 해볼게요"

라는  어른들의 말씀  




이 딴말들로

이런 뻔한 말들로

귀찮다는 듯 무관심으로

그냥 넘어가 생기는 사회의 사건 사고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고작 10살입니다.


고작 10살 아이가, 너무 어린 이 아이가 나쁜 것이 뭔지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그런다면

알려줘야 합니다.


알려줘서 클수록 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후니는 분명 부모, 선생님에게

 SOS를 신청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강력하게 말씀드렸어요.



두들겨 맞고 오고 심한 왕따를 당해야

학교위원회가 열리고 경찰이 출동하고


그건 이미 늦는다고


싹부터 잘라내겠다고




학교 안에서

교실 안에서

아이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일이 계속된다면 부모인 저희가 직접 나서겠다고.


철수의 부모님께 이 일을 꼭 알려달라고 당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철수 어머니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죄송하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10살

 고작 태어난 지 9년 남짓 되었을 아이가

그렇게 자라난 이유가 있을 것인데.




전화를 끊고 한동안 복잡한 마음에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아픔에 겸손해지지 않는 저도

10살 아이 부모가 처음입니다.









후니를 교문에서 기다리며

 아이들의 마스크 낀 얼굴들을 보았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삼삼오오 모여 나오는 친구들보다

혼자 외로이 나오는 한 명 한 명에 눈이 갔습니다.




어떤 아이는 아주 왜소했고

어떤 아이는 아주 뚱뚱했고

어떤 아이는 허름한 옷을 입었고

어떤 아이는 혼혈아이고

어떤 아이는 다리를 절었고





저 아이들도 어느 아이의 먹잇감이 될까요?





자연의 약육강식이나

인간 사회의 약육강식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에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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