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이 Apr 28. 2022

감사/ 시간낭비


작년에 갑상선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매년 정기검진을 받습니다.


오늘이 예약 날은 아닌데

교수님께서 급작스러운 일이 생겨 오늘로

급히 예약 날을 잡아주셨습니다.


여니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병원으로 갔습니다.


예약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였지요.


그렇게


10분

10분

10분

10분


40여분이 흐르고도

제 이름이 불리지 않더라고요.

옆에 계신 다른 환자분께선

이럴 거면  예약을 왜 하냐며

볼맨 소리 룬 간호사님께 합니다.


그렇게 또  10분

드디어 교수님을 뵈었고


작년과 별다른 나빠진 점이 없다며

정기검진을 받아보라 말씀 주셨습니다.



교수님을 만난 시간 1분.




아이들을 보낸  혼자만의 이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었음에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져 돌아가는데.







이번엔 기록 사본받기와  수납입니다.




번호표를 뽑고

또 기다립니다.


그렇게 10분

또  10분

또 10분




기다리다  시간이 낭비되었다는 생각에

또 한 번  기분이 다운됩니다


괜스레 직원분께 툴툴거려 보기도 했지요

수납과 기록지 받는 것도 다르고 수납절차시에 내년 검사비까지 책정되어 다시 진찰료만 내는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늘의 계획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앉아서 읽을 수 없었는데

이제 좀 풀리면서  앉을 수 있게 되었지요


아싸


오늘은 책 보자.

했는데


급히 책만 빌려  서둘러  돌아갑니다.







이 귀한 시간이 낭비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러 돌아가는 길  벤치에 잠시 앉아봅니다.

햇살도 좋고  새소리도 좋습니다.


시간낭비라 생각하는 것은

결국 제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됐음을

반성해봅니다.





어느 누구도

제 시간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책 1권이라도 들고 갔으면

밀린 글이라도 하나 썼으면


저질체력이니

앉아만 있지 말고 한 구석에서

운동이라도 했으면


그 시간이 낭비처럼 생각되진 않았을 텐데요.



네이버 한번 유튜브 한번 인스타 한번

무의미하게 기사들 한 번씩 누르고

유튜브 속 알고리즘에 빠지고

인스타에서 관련 없는 이들의 삶 구경하고


배터리 없어서

투덜거린 저이니까요.





오늘 저는 나빠지지 않았다는

건강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간이 낭비되었다 투덜거렸지만

조금 더 시간을 잘 쓸 수 있는 법도 일깨웠고요.

서두르다 아이 기다리며

앉은 벤치는 딱 맞는 햇살과  잔잔한 바람이 불어주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네요.



감사하지 않은

하루가 없음을

오늘도 느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 오로지 날 위한 오전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