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주변 환경에만 쌓인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결혼하고 애 낳으면 살찐다’ 공식을 우리 남편도 피할 수는 없었다. 대학 시절 처음 만났던 남편은 꽃미남처럼 날렵한 턱 선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부인인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할 속도로 서서히 살이 찌며 턱 선은 실종되어 갔다. 주변을 둘러봐도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 또한 대부분 결혼하고 애를 낳으며 살이 찐 경우가 많았기에 대체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져 살이 찌는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남편의 몸무게는 야금야금 10kg이 늘었다.
남편은 외형적으로 약간의 후덕함을 얻은 것 빼고는 일상생활을 사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몸이 특별히 어디가 아픈 곳도 없었고, 잘 먹고, 잘 자며 별 탈 없는 일상을 이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매해 받아오던 회사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고 남편은 충격에 빠졌다. 다른 수치는 다 정상 범주에 속해 있었는데 당 수치가 100이 넘으며 정상 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주변 친구들 중에도 30대에 당수치가 정상 범주를 넘어가 건강을 신경 쓰기 시작한 친구들이 여럿 늘고 있었다. 너도나도 당수치가 높아지니 경각심을 크게 가지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남편이 받은 충격은 달랐다. 본인 나름대로 꼼꼼하게 제품성분표를 읽어가며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피하고 살아왔는데 건강검진 결과지는 그것과 다른 결과를 말하고 있던 것이다. 남편은 이전 건강검진 결과지들을 꺼내 비교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 본인 건강의 방향성이 안 좋은 쪽으로 향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년 전 시어머님께서 [환자혁명]이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었다. 집 책장 꼭대기 한편에 한참을 거꾸로 꽂혀 있던 책이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남편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책을 집자마자 홀린 듯이 단숨에 책을 읽어 나갔다. 증상치료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환자 스스로 건강의 주권을 회복하고 질병의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책이었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 뒤 자연스러운 해결방식을 추구하는 우리 부부는 원인치료라는 접근방식에 큰 공감을 하였다. 곧바로 남편은 연구원 기질을 백분 활용하여 본인의 당수치가 왜 올라갔는지, 왜 살이 쪘는지에 대해 그 근본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매일 밤 당뇨 관련 서적들을 시작으로 대사증후군, 비만, 자연치유, 면역력 관련 서적들을 독파해 나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남편의 당수치가 말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높아진 인슐린 저항성만이 아니었다. 만성염증이 체내에 쌓이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였다. 염증 발생에는 고칼로리&고당 식사, 흡연, 과음, 운동부족, 복부비만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남편은 식습관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남편이 화학첨가물을 배제하려 노력했다 해도 현대의 자극적인 음식과 간편한 식습관 문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혀만 즐겁게 만든 수많은 음식들은 체내에서 에너지 전환이 되지 못한 채 잔여물질로 쌓여가 염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놀랍게도 세상이 편리해지고 쾌락을 추구할수록 지구에만 쓰레기가 쌓여간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도 염증이라는 쓰레기가 쌓여갔다.
남편은 당장 몸 안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는 식단 공부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본인 몸을 대상으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키토(저탄고지), 팔레오, 자연식물식, 현미 채식, 기후 미식, 간헐적 단식, 단식모방 다이어트, 각종 영양제 섭취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천해 보며 몸의 변화를 관찰했다. 회사 구내식당과 회식에서 까지도 일관성 있게 본인이 실천하는 식단에 맞게 섭취했더니 피곤함이 줄어들고, 살이 점점 빠지면서 피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몸 안의 쓰레기가 사라진 듯 남편은 4개월 만에 10킬로를 감량하며 몸은 가뿐해졌고, 대학시절의 턱 선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험결과를 기다리듯 일 년 뒤 다시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의 당수 치는 정상범위안으로 들어왔다. 남편은 본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염증을 유발하지 않는 식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편뿐만이 아닌 우리 가족의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고민해야 했다.
다양한 식단을 실험해 보며 남편이 공통적으로 깨우친 중요한 개념은 ‘건강하게 자란 식재료로 최소한 가공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었다. 식단을 실천하며 요리법을 간소화하는 노력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더 중요하고 어려웠던 건 건강하게 자란 식재료를 구하는 일이었다. 건강하게 자란 식재료는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토양에서 자라거나 자연의 주기에 맞춰 자라거나 생태적 다양성 속에서 자란 것을 의미했다. 또한 식재료가 자라온 환경이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이었는지도 중요했다. 때문에 이러한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생산지의 환경을 고려해야 했다. 아무래도 넓은 사육장에서 자란 소, 돼지, 닭이 아무래도 면역력이 좋고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신선도 유지를 위한 보존제나 항균제 사용을 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모든 조건이 충족된 식재료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최소한 우리가 세운 기준에 맞는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점점 우리 집 접시 위에는 자연의 색상이 알록달록 드러나는 음식들로 채워졌고, 가족들의 몸은 맑아져 갔다.
신기하게도 남편이 건강해지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였는데, 건강하게 자란 식재료를 구하는 일은 가치소비와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결국 지구에도 좋은 게 우리 몸에도 좋은 것이었다.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신토불이(身土不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