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무는 자리

by 해안 강민주

내가 머무는 자리


해안 강민주


작은 관세음보살상을

선물받은 적이 있다.


선물해 주신 분은

내가 환하게 웃어 주길

기대했으리라.


닥치는 대로 불경을 읽고,

스스로 기도를 하면서

어느새 나는

주말 나들이처럼 다니던 절을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다.


어쩌면 꿈속에서

너무 많은 절을 다녀보았기 때문일지도.

기암절벽 사이에 숨은 절들,

끝없이 이어지던 부처님들의 얼굴.

그 풍경은 아직도

눈 안쪽에 고요히 남아 있다.


그 무렵,

금강경의 사구게가

내 안에 오래 머물렀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나씩 옅어지고,

붙들고 있던 마음의 힘이

조용히 풀어지던 시기였다.


그 후, 나는 의식적으로

절과 형상을 가진 부처님에

마음을 걸어 두지 않으려 애썼다.


불경을 따라

악몽과 불안으로

흩어진 영혼의 조각들을 하나로 모았고,

흐트러졌던 감각과 기억들이

조용히 제 자리를 찾는 순간들을

여러 번 건너왔다.


그래서 부처님께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사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전형적인 불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절이라는 공간에서보다

일상에서 살아가는

부족한 나.


부처님을 떠난 것이 아니라,

머무는 자리만

조용히 달라졌을 뿐이다.


덕분에

내 글은

종교의 언어를 건너

문학 쪽에

머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