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흐르는 나
해안 강민주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을 용서하고 싶었던 마음 깊은 곳엔
온갖 상처를 안고서도 묵묵히 숨 쉬던 나를
안아주고 싶었던 간절함이 있었다는 것을
가족들이 무심히 던진 날 선 비난들이
찬 바람처럼 마음 깊은 숲을 헤집고 지나가던 날들
나는 어느새
스스로를 죄인이라 부르며
사랑받을 자격 없는 그림자로 살아갔다
말없이 다가온 따뜻한 손길들이
나를 조용히 감싸 안았을 때
그 순간 처음으로 믿게 되었다
이토록 사랑받는 내가
그리 나쁜 사람일 리 없다는 걸
살아야 할 이유가
무겁지 않게 내 어깨에 내려앉을 수 있다는
그 단순하고도 눈부신 진실 앞에서
나는 말 없이 그러나 뜨겁게 울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묻기 시작했다
죄인이 아닌 나는 누구인가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숨 쉬고 있는가
그 물음은
세상이 건넨 사랑이 내 안에 싹을 틔워
마침내 나에게 닿은
첫 인사이자, 첫 손짓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안의 나와 마주 선 채
살며시 손을 맞잡았고
그 순간
오랫동안 멈춰 있던 내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다
용서란, 사랑이란
내가 나다울 수 있게
내 마음 한가운데
감사의 꽃 한 송이 피우는
따스한 봄빛이라는 걸
조각 나 있던 상처 투성이 내 영혼은 2018년 베트남에서 완전체로 회복되었다. 신기하지? 나는 베트남에 처음 가보았는데 베트남에서 보고 들었던 모든 것들이 내 영혼을 어루만져 치유해 주었다.
#강민주시인 #시는짧아서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