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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강민주 시

시, 내 글이 당신의 작은 등불이기를

by 엄마쌤강민주

내 글이 당신의 작은 등불이기를


해안 강민주


내 글이 당신의 작은 등불이기를

완전한 치유는 아닐지라도

두려움과 불안 속의 당신에게

단 한순간의 숨결이라도 고르게 하기를


당신이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길가에 핀, 이름조차 모를 꽃 한 송이

조용히 마음에 담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쁩니다


오래전 꿈속에서 한 스님을 만났습니다

한마디 말 없이 나를 보았죠

그의 고요한 침묵은

내 고통의 그림자까지도 꿰뚫고 있었습니다


내가 짊어진 상처의 무게

그 깊은 고통의 골짜기

어쩌면 그 고통에 지쳐

스스로 삶을 놓아버릴지도 모른다는

가슴 먹먹한 예감까지도


그럼에도 그는 내게 약을 건넸습니다

그것은 끝끝내 내가 나로 살아가게 하는

한 줌의 빛이었고 기도였습니다


그 약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정신암이라는 이름의 어둠에 삼켜져

나다움을 잃은 채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 약을 받았습니다


차갑고 참혹한 치유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길은 지옥의 그림자를 닮아 있었지만

나는 끝내 나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 도리어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번 생 나의 간절한 소원은

죽는 날

원망의 인연은 모두 내려놓고

고맙고 은혜로웠던 사람들만

가슴 깊이 품고 떠나게 해주세요


수많은 이들이

내게 빛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숨결은

내 뼛속을 데우고

심장을 다시 뛰게 하며

이 글을 쓰게 만듭니다


내 글이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붙들 수 있다면

“살아야겠다”

그 단 하나의 다짐이 피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합니다


어느 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죽음이 걱정되어

글을 써 내려가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이 세상을 믿게 되었습니다


내가 오늘 살아 있는 이유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내가 살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나를 살리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손길로

나를 감싸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기도가 되어

고해를 함께 건너가고 있는 존재들


오늘 당신 곁을 스쳐 지나간

평범한 아주머니 한 사람이

당신이 살아남기를 당신이 웃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그 사람이

날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보이지 않는 천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웃을 사랑하세요


#강민주시인

#시는어렵다

#시는짧아서좋다

* 이 이미지는 OpenAI의 이미지 생성 모델 DALL·E로 만들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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