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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강민주 시

내 안의 양과 늑대

우아하게 시를 쓰는 여자

by 엄마쌤강민주

우아하게 시를 쓰는 여자


글: 엄마쌤 강민주


누군가 내 시를 보고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표님 사모님쯤 되면,

우아하게 시를 쓰며 사시나 봐요.

사모님이 부러워요. “


설거지 하려다

풀 뽑느라 다친 손가락이 쓰라려 밴드를 붙이려다

그 말을 전해 들았다.

할 말이 참, 많았다.

너무 많아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글을 써본 사람은 안다.

삶이 얼마나 거칠게, 무심하게

우리를 할퀴고 지나가는지.

그 고통이 어느 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마음 구석구석을 무너뜨릴 때,

내 안의 것들이 썩어 문드러지며 사라지는 그 순간,

나는 간신히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붙잡고

죽어가는 나를 살려낸다.


그건 시가 아니다.

그건 내 안에서 비명을 지르며 피어난

한 줄기 호흡이다.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쓰는 글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엔

그저 여유롭고,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로 보인다.


그래, 뭐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삶의 상처를 끌어안고 휘청이는 모습보다,

마음을 다스리려 애쓰는 지금의 내가

조금은 나아 보일 테니.


나는 오늘도 마음을 가만히 펼친다.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엔 폭풍이 지나간 자리.

시가 아니라, 살아남은 흔적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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