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건 안전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장난감, 이유식 용기, 바닥 매트, 로션이나 샴푸까지. 아이가 입에 넣고, 만지고, 몸에 바르는 모든 것들이 결국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물질들 중에서도 프탈레이트(phthalates)라는 화학물질은 부모라면 꼭 한 번쯤 들어봤을 “환경호르몬”의 대표 주자입니다. 하지만 정작 프탈레이트가 어떤 물질이고,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로, 장난감과 식품 포장재, 바닥재, 벽지 같은 건축자재, 심지어 로션과 샴푸, 세제, 방향제 같은 생활용품에도 들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더 쉽게 노출되는데, 장난감을 입에 물거나 바닥에서 먼지를 흡입하는 행동, 피부에 바르는 로션이나 물티슈 사용,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 섭취가 모두 중요한 경로가 됩니다. 체중 대비 섭취량과 호흡량이 많기 때문에 같은 환경에서도 아이가 더 높은 영향을 받습니다.
문제는 프탈레이트가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이 물질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하고 수컷의 생식기 발달을 변화시키는 등 명확한 내분비계 교란 작용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뇌의 발달과 도파민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 불안 행동과 학습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실험적 근거는 사람에게서도 유사한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실제로 여러 역학연구는 임신기와 유아기에 이뤄진 프탈레이트 노출이 아이의 발달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미국 출생 코호트 연구에서는 임신부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대사산물이 높게 검출된 경우,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인지와 운동 발달 점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연구들은 소아기의 프탈레이트 노출이 주의력결핍(ADHD) 증상, 작업 기억력 저하, 학습능력 저하와 관련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독일의 라이프치히 코호트에서는 실내 환경에서 프탈레이트 노출이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제시되었고, 한국의 MOCEH 코호트 연구에서도 임신 중 프탈레이트 노출이 영아기 발달 지표와 연관됨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프탈레이트 노출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부모가 생활 속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아이의 노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우선 장난감이나 아기 용품을 고를 때는 “PVC-free” 혹은 “phthalate-free”라고 표시된 제품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값이 저렴한 일부 장난감이나 바닥 매트, 비닐 코팅된 가방 등은 프탈레이트 함량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친환경 인증이나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이가 입에 넣을 가능성이 있는 장난감일수록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실내 환경 관리도 중요한데, 새로 구입한 가구나 바닥재, 인테리어 자재에서 나오는 냄새에는 프탈레이트나 다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물건을 들여놓은 뒤에는 며칠간 자주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환기는 하루에 최소 2~3회,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만으로도 실내 먼지 속 화학물질 농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청소할 때는 진공청소기와 물걸레를 함께 활용하면, 먼지에 흡착된 프탈레이트 입자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음식 섭취 습관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가공식품이나 포장 식품에는 제조와 포장 과정에서 프탈레이트가 함유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가정에서 직접 조리한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고, 플라스틱 용기보다는 유리, 스테인리스, 실리콘 재질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뜨거운 음식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을 경우 프탈레이트가 더 쉽게 녹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조리 시에는 플라스틱 대신 내열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향기’입니다. 방향제, 섬유유연제, 탈취제, 인공 향이 강한 세제나 로션에는 프탈레이트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공 향 대신 무향 제품이나 천연 성분 제품을 선택하고, 사실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방향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방은 가능한 한 자연 환기로 공기를 바꾸고, 세탁 시에도 최소한의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프탈레이트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생활공간 곳곳에 존재합니다. 다행히 몇 가지 생활 습관만 바꿔도 아이의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모든 위험을 완벽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모가 선택하는 작은 습관들이 쌓여 아이의 건강을 지켜냅니다. 결국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완벽’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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