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아침 글쓰기 루틴이 만든 변화
내밀한 글쓰기는 어렵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읽다 보면,
보통 사람이라면 감추고 싶을 이야기들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어
“저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객관화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기는 오직 나만을 위한 글이기에, 결국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우리 대부분은 그마저도 누가 볼까 두려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숨기곤 한다.
그러나 에르노는 내밀한 것을 글로 쓰며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을 분리된 존재로 느끼고,
내 생각을 하나의 사물처럼 다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자기 객관화,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하는 수치심조차 끌어안는 용기가
솔직한 글을 탄생시킨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검사받던 일기처럼
“오늘은 뭐 했다, 뭘 먹었다” 식의 글은 쓰기 싫었다.
나는 아침마다 느끼는 감정, 전날 있었던 일,
그 일들에 대한 내 생각과 마음을 꾸밈없이 적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 루틴이 필요했다.
그래서 PDS 다이어리를 꺼내 들고,
아침 루틴 중 하나로 ‘일기/필사’를 정착시켰다.
일기장은 작년 생일에 큰딸이 선물해 준
주황색 하드커버 노트를 사용했다.
펜을 잡을 때마다 큰딸의 얼굴이 떠올라, 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표지에는 스페인 도시 풍경과 함께 ‘CIUDAD’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그 뜻이 ‘도시’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단어가 내 안에서도 ‘하나의 세계’를 열어주는 느낌이었다.
배움이란, 문자로만 존재하던 것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니까.
일기를 쓸 때는 타이핑 대신 손글씨를 고집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좋아하는 펜으로 좋아하는 질감의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
그 시간은 명상과도 같았다.
심호흡을 하며,
전날의 기억을 되새기고,
아침의 공기를 느끼며,
사랑하는 가족과 고양이를 떠올리며
사각사각 글을 써 내려가는 순간——
그건 마치 마음에 종이배를 띄워주는 일 같았다.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분명 흘러가고 있다는 건 안다.
종이배는 암초에 부딪힐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바람에 휩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넓고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게 된다.
넓은 바다를 만나기까지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고단한 과정 속에서
더 깊고 감동적인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세상의 모든 암석과 해안이 그것을 증명하고,
밤하늘의 별들과 바다의 모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주황색 일기장 속에 쌓여간다.
그 이야기들은 내 안에서 천천히 소화되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식별의 지혜로 바뀌어 간다.
오늘도 나는 새벽의 조용한 시간에 펜을 든다.
그리고 작은 종이배 하나를 더 띄운다.
그 배가 어디로 가든,
나는 오늘도 나를 써 내려가며 조금씩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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