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자들은 답정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입시논술, 편입논술, 에세이, 학교 과제, 등을 포함하여 어떠한 글이라도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모든 글을 꿰뚫는 논술의 진리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이먼 시넥의 'The Golden Circle Theory'를 이용한다면 어떠한 논술 문제에도 출제자가 의도한 대로 정확하고, 높은 수준의 답을 적어낼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이 이론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 the golden circle theory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사이먼 시넥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들의 성공비결을 파악하고자 어떻게 스티브잡스가 애플의 흥행을 가져올 수 있었는지, 왜 그 많은 흑인들 중에서도 마틴루터킹만이 민권운동을 성공시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라이트 형제들이 똑똑한 사람들을 다 제치고 인류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분석하였다. 시넥은 결국 의식적이든 아니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영감을 주는 위대한 리더들과 조직들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소통한다는 것을 도출해 냈는데, 이들은 모든 사고를 '왜'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애플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애플이 '왜' 철학을 앞장세운 마케팅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래에 마케팅 문구 두 가지 중 애플이 사용하는 전략이 어떤 건지 찾아보고, 어떤 전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그 이유는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What) We make great computers
( How ) They're beautifully designed, simple to use, and user friendly.
Want to buy one?
( Why ) We believe in challenging the status quo. We believe in thinking differently.
( How ) The way we challenge the status quo is by making our products beautifully designed, simple to use, and user friendly.
(What) We just happen to make great computers.
Want to buy one?
전자와 후자 중 어떤 것이 더 매력적인 문구일까? 후자를 택했다면 정답이다. (전자... 를 골랐다면... 다시 생각해봐 주세요....)
애플은 Why중심의 홍보 방식으로 흥행하였고, 우리는 이를 통해 결국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무언가 (What)'을 사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왜 (Why)' 하는지를 구매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상품' 그 자체를 사기 보단, 그 상품의 '목적/철학'을 산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목적‘을 잘 파악하고 ‘목적’이 있을 때 발휘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아니,, 논술의 원리를 알려준다면서 갑자기 웬 마케팅,,?"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ㅎ
Golden Circle Theory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이든지 'why'를 명중했을 때 진가가 발휘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논술도 마찬가지로, 출제자의 why를 파악하고, 답안에 why를 담았을 때 정말 매력적인 답안으로써 체점자의 눈에 띌 수 있다. 논술 문제를 풀 때 출제자가 왜 특정 질문을 던졌고, 왜 발문을 그렇게 표현하였으며, 왜 그 많은 제시문들 중 이 특정 제시문을 출제하였는지를 파악하기만 한다면, 진정으로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논술의 진리는 출제자의 WHY를 파악하는 것과, 나의 글에 WHY를 녹여내는 것, 이 두 가지라고 얘기할 수 있다.
논술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제자가 의도했던 답은 있다.
출제자의 의도에 근접한 답안은 합격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창의력이 넘치는 답안은 '오답'이 아닐지언정 합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찾는 과정은 매우 유의미하며, 어쩌면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출제자가 마음속에 정해둔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why'를 물어야 한다.
1. 왜 발문을 이렇게 냈는가? 내가 무엇에 답해야 하는지 파악했는가?
2. 이 제시문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 주어진 제시문들 간의 관계성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발문을 스킵하고 제시문부터 읽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사실 발문 속에 정답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발문을 구성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곧 출제자의 요구사항이자 답안지의 나침반이다. 그러니 내 멋대로 대답한 글이 아닌 발문에서 요구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예컨대, 윗 문제를 접했을 때 발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혹시 제시문 (라)의 르블롱 씨 부부가 경험하는 내적 갈등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잘 파악해 놓고, (나)와 (다)의 주장이 지니는 한계는 내 견해대로 열거하고 있진 않았는가? 이 문제는 제시문 (라)에서 언급된 부부의 내적 갈등을 바탕으로 (나)와 (다)의 한계를 서술하라고 했지, 자유롭게 내 견해대로 한계로 서술하라고 한 적이 없다.
이처럼 아차 하면 나도 모르게 발문을 내 멋대로 해석할 수 있으니 발문을 세심하게 읽고 하나씩 뜯어가며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발문 파악 연습을 위해 예시를 조금 더 들어보겠다. 문제를 보고 스스로 발문에서 요구하는 내용, 즉 내가 답해야 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 본 후 내가 적은 발문의 키워드들과 비교해 보면 더 좋은 연습이 될 것이다.
✓ '상상' '주체' '폭력' 개념 파악
✓ 제시문 (가) (다) (라)에서 말하는 서로 다른 '공감'의 정의 파악
✓ '상상' '주체' '폭력' 개념 이용 + 제시문 (가) (다) (라)에서 말하는 '공감'의 정의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에 입각한 '공감'에 대한 나의 생각 서술
✓ 제시문 (가) (나) (다)가 나타내는 '교양'에 대한 입장 각각 파악
✓ 제시문 (가)와 (나)를 묶는 분류 기준 파악 (비교/대조점)
✓ 제시문 (나)와 (다)를 묶는 분류 기준 파악 (비교/대조점)
출제자가 특정 제시문을 가져오는 데에도 다 목적이 있다.
보통 입시/편입 논술은 제시문 2~4개를 주면서 비교ㆍ대조하라는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대놓고 '비교하라'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설명하라, 비판하라'라는 표현으로 비교/대조하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경우도 있다.
비교ㆍ대조의 기준은 발문에서 언급되거나 아님 제시문 간의 비교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제시문 간의 비교가 가능해야지 논지가 파악되는 상황이기에 제시문 간의 관계성 분석은 필연적이다.
정말 당연한 얘기 같지만, 문제지를 받자마자 '제시문은 제시문이오 문제는 문제로다'의 마인드로 수동적으로 제시문을 읽고 적은 답안과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출제자의 의도로 배치된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쓰인 답안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예컨대 이 문제는 (가)ㆍ(나)ㆍ(다) 각각에서 주장하는 '평화'에 대한 정의 및 관점을 파악해서 비교하면 되는 간단한 발문같지만, 비교하기 위해서는 비교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제시문을 읽으면서 제시문 간의 차이점을 파악할 수 밖에 없기에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이 문제의 경우, (가)는 이야기 형식이라 정확한 '평화'에 대한 입장을 분석하긴 어려웠어도 (나)의 '영구적인 평화'를 파악했다면, 대조적으로 (가)의 '평화'를 쉽게 분류해 낼 수 있다.
출제자가 준 소스는 모두 캐치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유심히 발문과 제시문을 뜯어보며 파악부터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출제자가 던진 질문들에 빠짐없이 대답하고, 출제자의 why에 대한 나만의 이유를 제시해 주는 답안을 구성하면 비로소 수험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것이다.
'출제자의 why에 대한 나만의 이유'라는 말이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예시로 설명해 보겠다.
위 문제의 경우 '나만의 이유'는 '내가 왜 (가) (나) (다)의 공공성 실현 주체를 다르게 분석하는지'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나만의 이유' = 내 답안의 핵심 주장 = 출제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
앞서 강조했지만, 입시/편입 논술은 발문에 대한 답일 뿐이기에 발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글의 중심이어야 하며 가장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을 서두에 적는 두괄식, 또는 양괄식 구조로 글의 구성을 짜는 것을 추천하겠다. 글을 적다가 내용이 산으로 가거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꼭 유의해야 한다!
갈피가 아직 잘 잡히지 않는다면 참고자료로 예시로 들고 온 문제의 제시문과 나의 답을 첨부해 두겠다.
오늘은 Golden Circle Theory를 활용하여 논리의 가장 중요한 2요소인 출제자의 WHY를 파악하는 것과 나의 글에 WHY를 녹여내는 것을 살펴봤는데, 혹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질문이 있다면 댓글로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해보려고 하겠다!.!.!
다음 시간에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편입 영어 논술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