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로 6박 7일 가능한 곳
처음 해외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걱정했던 건 음식이 안 맞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워낙 편식 없고 모든 걸 다 잘 먹는 식성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괜찮겠지 싶었지만 괌에 오고 나서 그간 잠깐의 걱정을 했던 것도 의미 없을 만큼 잘 먹고 다녔다.
가장 먼저 먹었던 음식은 빨간 국물의 해물 쌀국수 같은 음식과 개살 크로켓 비슷한 음식이었다. 아마 해물 전문 식당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식이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긴 첫날이었으니까 무슨 음식을 먹어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생각난 거지만 괌도 어쨌든 해외였기 때문에 팁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여러 검색을 한 결과 이미 팁이 계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맛있게 먹고 나옴.
이곳은 괌에서 브런치 식당으로 되게 유명하다고 해서 간 식당이다. 아침에 갔으면 사람들이 더 많아 웨이팅을 기본으로 하는 식당인데 어쩌다 보니 그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대로 가게 되어서 웨이팅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근데 사실 굉장히 기대를 하고 간 식당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생각보다 기대에 충족하지 못해 살짝 실망을 했던 식당이었다. 팬케이크 위에 아이스크림, 소시지와 계란 프라이, 감자와 햄의 조화는 맛이 없을 수 없지만 메뉴의 구성이 이렇다 보니 느끼할 수밖에 없었다. 주문한 음료도 달달한 음료가 대부분이라 느끼한 맛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맛은 있다 보니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아, 그런데 이렇게 먹은 거만 나열해서 보니까 진짜 잘 먹고 다니긴 했구나.
아마 K마트에서 먹은 게 맞은 거 같은데. 아무튼 생각보다 느끼할 거 같은데 생각보다 짰다. 별로 느끼하진 않았고 아, 이게 미국의 맛인가 싶을 정도로 짰던 걸로 기억한다. 괌에 있으면서 참 좋았던 점은 음료가 무한으로 리필이 된다는 점이다. 식당 바이 식당이긴 했지만. 이런 마트에 있는 식당이라던지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를 시키면 음료 컵이 나오고 밖에 나와있는 음료 기계에 계속해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많이 마심.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어디 가는 게 귀찮은 날엔 맥도널드에 가 봤다. 괌에서 맥도널드라니. 여행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과 J가 봤으면 땅을 치고 눈물을 흘렸겠지만 어쨌든 맛있었다. 아니, 괌에서는 햄버거도 한국이랑 맛이 다르겠지. 근데 여기서 처음 본 건 더블 빅맥이었다. 빅맥도 큰 걸로 알고 있는데, 더블 빅맥도 있구나. 역시 천조국의 음식은 다르구나.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면서 알 게 되었는데 2022년에 한국에서도 판매한다고 한다. 그래도 괌보다 덜 짜고 음료도 짜게 주겠지.
사실 기대는 위에 말한 브런치 식당보다는 덜 하고 간 곳이었다. 바비큐 종료의 음식이 나오는 곳이었고 디저트까지 판매하고 있어 후식까지 낭랑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식당은 특이하게 여행 중 두 번을 방문했는데 원래 그럴 계획은 아니었고 처음 간 느낌이 너무 좋았어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들렀다. 조금 아쉬웠던 건 처음 방문했을 때 우리를 담당해주시던 서버가 너무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그 서버 분께서 계시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켠에서는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분도 계셨는데 식당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음식도 맛있었고 디저트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던 곳이어서 다음에 괌에 가게 되면 또 한 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물론 식사 시간대에 가면 웨이팅이 있다.
언제는 한 번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해물 음식점에 방문했다. 사장님은 굉장히 친절하게 음식을 설명해주셨고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튼 코코넛 맛이 나는 소스가 얹어진 게살 요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독특한 맛이었다. 사실 맵고 짠맛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약간의 달달하고 느끼한 코코넛 소스의 느낌이 '와, 맛있다!'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아쉬운 건 다른 음식들이 너무 한국 음식과 다름이 없었다는 점이랄까.
귀국하는 날을 제외하고 여행 마지막 날을 앞두고 공금이 꽤나 많이 남았다. 그래서 마지막 우리의 저녁에 화려하게 쓰기로 결정했다. 해산물과 고기 등등 코스로 나오는 식당이었다. 레스토랑 분위기에 화려한 조명이 우릴 감쌌고 음식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비싼 돈에 맞게 음식도 다양했고 맛있었다. 그리고 다 끝난 뒤에 알 게 된 건 우리 모두 양이 부족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조명과 다양한 음식 덕분에 사진을 많이 건진 날이었다.
지금껏 올린 사진에서 꽤나 잘 먹고 다닌 거 같았지만 우리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야식을 항상 챙겨 먹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고 맛있는 걸로만. 그리고 괌에서도 배달을 시켜먹었다. 배달의 종류가 많지는 않았던 게 아쉬웠지만 배달이 된다는 거에 조금 놀라웠다. 사진에는 없지만 한인 마켓에서 라면을 사서 먹은 적이 있는데 분명히 신라면을 사서 왔지만 진라면 순한 맛보다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아 당황했다. 그래서 사진을 안 찍었나. 그냥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 정도 먹고 맵다고 느끼나 보다 생각했다.
중간에 사진이 없어 소개 못한 집도 있다. 여행 중간에 한식집에 간 적이 있다. 한국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는데 도착해보니 한국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한편에서 찌개와 고기 종류를 시켰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신라면 맛보다는 약간 칼칼하긴 했지만 여지없이 매운맛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여기 지역 종특인 듯.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올 때도 밤이었고 갈 때도 밤이었고, 더군다나 돌아갈 때는 더 늦은 밤이었어서 비행기를 타고 갈 때는 자정이 지났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내식으로 나온 건 죽이나 계란 스크램블 같은 속이 편안하게 지는 음식이었다. 남들 자고 있을 때 그래도 기내식은 먹는 사람, 나야 나.
먹는 것만 올리니 새삼 6박 7일 동안 잘 먹고 잘 놀았던 거 같아서 5년 전의 내가 참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이후로 여전히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다시 괌에 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같은 사람들과 가게 되면 더 즐겁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