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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n 09. 2022

아빠의 고향, 단양과 충주 여행-2

충주는 시장이 커!


여행의 둘째 날이 시작됐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어제 먹은 흔적들을 모조리 치워버리는 엄마의 소리와 뒤늦게 나와 얼굴이 부었다는 엄마의 얘기를 듣는 아빠의 소리를 들으면서 떠지지 않는 눈을 그대로 감은 채 한 시간이 더 흘렀다. 결국 눈을 뜬 시간은 여덟 시였다. 


원래 아침을 먹는 편은 아니지만 엄마와 아빠는 이미 호수를 배경으로 해장을 했다고 나도 해야 한다고 하길래 컵누들 매운맛으로 아침을 하기로 했다. 씻기 전에 렌즈를 끼지 않아 흐린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니 약간의 그림 같기도 하고 탁 트여서 흐려도 나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컵누들 매운맛 존맛탱. 동생은 아침을 건너뛰고 느긋하게 숙소를 나오기 전 나갈 준비를 했다. 치우지 못한 쓰레기도 버리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했다. 물론 아빠와 엄마는 일찌감치 준비를 마쳤지만 동생과 내가 준비하는 걸로 한 시간 가량이 더 소요됐다. 이래서 엄마랑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다니는 여행은 한세월이 걸린다고 하나. 


숙소를 나와서 숙소 근처에 있는 활옥동굴로 향했다. 오전에 조금씩 내리던 비는 그친 듯 보였지만 활옥동굴에 도착할 때쯤 다시금 내렸다. 우산을 살까 하다가 그 정도의 비는 아닌 것 같아 그냥 맞으면서 걸었다. 활옥동굴은 어제 간 온달동굴과 다르게 인공동굴로 천장이 높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테마파크처럼 조성되어 있어 포토존, 볼거리가 다양했고 카약 체험과 와인 판매장, 기프트샵까지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을 데려오는 가족도 많았고 휠체어를 끌고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오는 가족도 많았다. 원래는 카약 체험을 할까 얘기가 나왔지만 10-20분 정도 체험에 비해 대기시간으로 몇 시간이 소모될지 모른다는 리뷰를 보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실제로 본 카약 체험 대기줄은 동굴 마감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 되어도 차례가 안 올 거 같은 정도의 대기줄이었다. 그래서 입장표에 카약 체험은 환불이 안 된다고 적혀있었나 보다.

와인 시음을 할 수 있었다. 다 맛있었지만 가격이..

한참을 동굴 안에서 놀다가 나와보니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가면 딱 좋은 시간이긴 하지만 활옥동굴에서 유명한 건 아직 남아있었다. 바로 와사비 아이스크림! 리뷰 상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렸기 때문에 먹기 전까지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배고파서 다른 것도 같이 먹을까 하다가 푸드트럭에서 파는 소떡소떡을 사러 간다는 엄마의 말에 아이스크림은 하나만 먹기로 했다. 와사비 아이스크림의 비주얼은 그냥 녹차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맛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톡 쏘는 맛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 거 같은데 이미 와사비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입맛에는 정말 맛있었다. 와사비 맛이 강하지도 않고 달달한 아이스크림 끝에 살짝 와사비 맛이 나는 정도였다. 그리고 소떡소떡은 원래 맛이 있지.

맛있는 와사비 아이스크림

식전 애피타이저까지 먹은 뒤 활옥동굴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충주시장으로 향했다. 충주에서 시장을 검색하면 다섯 개의 시장이 나오는데 재밌는 건 이 시장들이 다 한 곳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그냥 이 중에서 하나 택해서 가면 다른 시장도 구경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오늘은 충주 5일장이 열리는 날. 시장 투어를 좋아하는 우리가 안 갈 수가 없는 날이었다. 충주 자유시장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걸어서 2분 거리에 바로 시장이 나왔다. 일단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니까. 곧바로 시장 내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특정하게 맛집을 정한 건 아니지만 가게 대부분이 방송을 탄 곳이었고 대부분이 사람이 많았다. 방금 사람이 일어나 자리가 생긴 듯한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흡사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듯한 자리였다. 사장님을 둘러싼 테이블에 둘러앉아 바로 그 자리에서 떠주시는 가게였고 메뉴는 순대와 순대국밥을 포함해 4개였다. 원래는 순대도 개별로 주문하려고 했지만 양이 너무 많을 거 같다는 엄마의 말에 순대국밥 4개를 시켰다. 뚝배기에 밥을 먼저 넣고 고기를 넣은 뒤 시래기가 있는 순댓국을 여러 차례 담았다 빼기를 반복했다. 엄마는 토렴이라고 했다. 아무튼 토렴 된 국밥에 파와 다데기를 얹어주신 뒤 차례로 국밥을 앞에 놓아주셨다. 

너무 맛있어서 글을 쓰는 지금도 침 고이는 순대국밥

충주시장에서 만두도 맛있어서 유명하다는 말에 원래는 만두도 먹을까 했지만 국밥을 싹싹 긁어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러 생각이 싹 사라졌다. 정말 왜 유명하고 어딜 가도 맛집이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았다. 부른 배를 안고 소화시킬 겸 시장 구경이 시작됐다. 5일장도 구경해야 하는데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 장우산 두 개를 사서 엄마와 아빠, 나와 동생 이렇게 우산을 들고 5일장 구경을 나섰다. 우산을 들고 구경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서 다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언제 봐도 귀여운 시골 개들을 구경해서 좋았다. 애기들이 기어 다니면서 돌아다니려고 하니까 사장님이 상자 안에 두 마리를 뒀는데 꼼지락 대는 게 얼마나 귀여웠는지..


다섯 개가 한 번에 있는 시장을 다 구경하기는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왠지 같은 곳만 빙빙 도는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길을 헤매서 결국 처음 구경 간 충주 사과술을 파는 아저씨 가게를 찾지 못해 다른 가게에서 사고 동생과 나는 엄마한테 양말을 얻고 동생은 나와 엄마에게 머리핀을 선물해주고 비가 거세지기 전에 차로 돌아왔다. 바리바리 반찬까지 사서 왔기 때문에 아빠의 차 트렁크가 도대체 얼마나 싣는 거냐고 하는 느낌이었다. 비가 오기 때문에 이제 카페를 가거나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건가 했는데 아직 아빠에게 남은 여행지가 있었다. 바로 탄금대 공원이었다.

아빠가 고등학생 때 왔었다는 탄금대 공원은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까와 같이 우산을 들고 첫 번째 목적지인 열두대로 향했다. 다음날이 현충일이라 그런지 공원 한편에는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지 않게 금방 열두대에 도착했다. 탄금정에 있겠다는 동생을 두고 우리는 열두대로 가 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남는 건 사진뿐. 하지만 혼자 찍은 사진은 없으니 올리는 건 패스. 사진을 열심히 찍고 난 뒤 이대로 돌아가는 건 아쉬웠기 때문에 두 번째 목적지는 대흥사였다. 대흥사는 생각보다 작은 절이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본 뒤에 이제 어디로 가지 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대흥사에서 주차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돌계단 뒤에 카페 안내판이 보였다.


네이버 블로그 리뷰나 인스타그램 리뷰에 가장 최신 글이 작년으로 표시되어 있어 약간 반신반의하며 골목길로 들어오면 카페가 있다는 말에 홀린 듯 걸어갔다. 생각보다 멋진 카페였다. 디저트류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아메리카노 두 잔과 딸기 라떼, 초코 라떼를 주문했다. 강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비가 와서 야외에 앉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긴 했는데 그때 엄마와 아빠는 우산을 챙겨 나갔다. 역시 실전력 갑. 카페에서 꽤나 시간을 보내 벌써 네시가 되었다. 아쉽긴 하지만 충주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또 한참이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는 꼭 아빠와 운전을 반반하도록 해야지 생각하면서 거의 밤이 다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여행 갔다 온 날 저녁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시켜먹는 게 국룰이기 때문에 동네 치킨집에서 치킨을 포장해와 배부르게 먹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배고플 틈 없이 배부르기만 했던 아빠의 고향 단양, 그리고 충주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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