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정말 고마워, 엄마 딸

by 옥고미니

구축 아파트라 그런지 겨울이면 늘 찬바람에 딸 침대 머리맡이 쌀쌀하다. 5살부터 심하게 아픈 일은 없었지만, 감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작년에 사둔 난방 텐트를 베란다 구석에서 꺼내어 "로하야, 엄마가 예쁜 텐트 로하 침대에 만들어 줄게" 했다. 신이 난 딸은 "엄마 파이팅!"을 연신 외치며 응원해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서를 봐도 설치 방법을 모르겠다. 만들고 고치는 일은 손이 야무진 남편이 매번 해왔던 일이라 나도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10분쯤 지났을까?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모양이 이상했다.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푹 쉬는데, 딸이 말했다.

"엄마 괜찮아, 잘 안될 수도 있지! 우리 그림 그리기 할까? 엄마 무지개 잘 그리잖아."


다행히 딸이 다른 놀이를 제안했다. 그래, 아빠 오면 부탁하자 하고 딸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데, 문득 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괜찮아, 잘 안될 수도 있지!" 텐트는 못 쳐도 무지개를 잘 그리니 엄마는 괜찮은 사람이야. 그렇게 말해준 것 아닌가. 그 순간, 딸이 나의 무너지고 있는 자존감을 살려준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실, 나는 할 수 없는 일을 인정하고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 내가 잘하는 일은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이었고, 못하는 부분까지도 완벽히 잘하고 싶었다. 일도, 육아도, 살림도, 부업도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게 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실패에도 자존감이 흔들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딸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이기로 한다. 자존감이란 결국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못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며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 되리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이미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딸이 가르쳐 주었다.


정말 고마워, 엄마 딸. 덕분에 엄마도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어.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