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쁘지만은 않네
겨울, 모든 것을 멈추고 웅크리고 싶은 계절. 나에게 겨울은 늘 버티는 시간이었다. 반대로 여름은 정말 좋아해서 여름이 되기만을 기다렸고, 딸 태명을 ‘여름’이라고 지어 부르기도 했다. 모든 것이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여름과는 반대로, 나에게 겨울은 꾸역꾸역 버텨내는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올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아들과의 등원길, 소복이 쌓인 눈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야무지게 오리, 펭귄 모양의 눈 만들기 집게를 챙겼다. 감기 걸릴까 걱정이 되면서도 두 살 아들의 인생 첫 눈놀이니 신나게 놀아주자 마음먹었다.
눈을 모아 오리를 만들어주니, 말이 아직 서툰 아들은 연신 "오이, 오이"를 외치면서 좋아했다. 덩달아 신이 난 나는 오리만 50개 만든 것 같다.
이번에는 펭귄 차례. 펭귄 동요를 자주 불렀던 터라 "뒤뚱뒤뚱뒤뚱~" 노래를 부르며 펭귄을 만들어주었고, 둘째는 눈이 동그래져서는 "행긴, 행긴" 했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그렇게 싫던 겨울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다. 펭귄을 10마리 정도 만들었을 때였나, "로건이 뭐 하니~"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로건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계셨다.
아차, 우리 등원길이었지. "오이", "행긴"을 더 만들어 달라는 둘째에게 하원하고 꼭 다시 만들자고 약속하고 손을 잡고 신나게 뽀득뽀득 걸었다. 코가 빨개져서는 해맑게 웃고 있는 아들을 보며 겨울이 나쁘지만은 않네, 생각했다.
나에게도 겨울 같은 ‘버티는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35년 인생 동안 대부분 순탄하기만 했던 삶이었기에, 겨울 같은 시간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오더라도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기로 마음먹는다. 그토록 싫어했던 추위를 까맣게 잊고, 아들과의 눈놀이에 행복했던 시간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틈을 찾아보기로 한다.
겨울, 나쁘지만은 않네. 사실, 조금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눈 하나에 웃어주는 아들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