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사랑합니다

by 옥고미니

첫째 출산을 3주 앞두고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남편 없이 고요한 집에서 우선 태교에 집중하기로 하고 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였고,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하다 보니 화장실에 화장지가 얼마 안 남아서 새로운 화장지로 바꿔 두었다. 그러고 보니 화장실 휴지통이 가득 차서 휴지통을 비웠다.


문득 이 모든 일이 결혼 후 내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퇴근하고 야식 먹고 나면 바로 잠들어 버리곤 했는데, 내가 잠든 사이에 남편이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 했던 것이다. 나한테 한마디 군소리 없이 묵묵히. 고마움과 미안함의 눈물이 났다. 결혼하면 힘들지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똑같은데" 했다. 내가 똑같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산 전날 케이크와 함께 남편을 위한 편지를 준비했다. 나에게 티 하나 내지 않고 많은 일을 혼자 다 해줘서 고마웠다고. 너무 늦게 알아줘서 미안하다고. 앞으로 내가 더 잘하겠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남편이 그야말로 오열을 했다. 왜 그렇게 우냐고 물으니, 내가 더 늦게 알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우리는 나이 차이도 많고(고작 7살이다), 자신이 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기에 다 해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내가 철(?)이 들고 본인을 생각해 주는 상황이 오니 오히려 미안하고 또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나는 남편 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부모님 복에 이어서 남편 복까지 타고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무슨 일을 해도 무조건 응원해 주는 남편. "당신은 정말 놀랍도록 멋진 사람이야." "권민아가 최고야." 10년간 들어온 남편의 응원 덕분에 이제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처럼 보인다.


타고난 성품이 멋진 나의 남편, 그리고 타고나길 나밖에 모르는 나. 이런 나를 만나서 참 고생이 많은 김준경 씨, 당신도 정말 최고예요.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당신과 결혼한 일. 늘 존경합니다. 내가 더 잘할게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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