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엄마의 보약이 될 차례다
아이들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친정집에 갔다. 첫째 딸아이는 이틀 먼저 가 있었고, 폐렴 직전까지 갔던 둘째 아들은 집에서 돌보다가 주말 오전 진료 후 출발했다. 사실 입원 의뢰서까지 받았지만, 병실이 꽉 차 대기해야 해 집에서 케어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 옆에 붙어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이 와중에 우리 엄마는 매 끼니와 간식까지 쉬지 않고 챙겨주셨다. 감기엔 비타민이 중요하다며 과일과 유기농 간식을 챙겨주셨고, 우리는 그렇게 며칠 엄마 집에서 요양했다. 아쉬움을 안고 현실 복귀. 딸은 집에서도 야무지게 밥을 잘 먹었고, 입원 진단을 받았던 아들은 폐소리가 좋아져 통원 치료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나와 남편도 뽀얗게 살이 올라, 왠지 다 잘될 것 같은 설렘을 안고 돌아왔다.
다음 날 "로건이 괜찮니?" 묻는 엄마의 메시지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특유의 상냥한 목소리를 기대했는데, 웬일인지 걸걸했다. 우리가 가고 나서 심한 감기 몸살로 수액을 맞고 오셨다고 했다. 며칠을 쉬지 않고 놀아주고, 끼니까지 챙겨주시느라 고생했을 엄마 생각은 못 하고, 너무 좋았다고만 했던 내가 참 철부지 같았다.
"사랑해, 예쁜 딸. 엄마 딸 최고야. 잘 살아줘서 고맙다." 친정에 가면 나는 최고가 된다. 엄마 아빠의 칭찬과 격려는 집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끝나지 않는다. 좋은 음식과 따뜻한 응원을 받으니 언제나 단단해져 돌아온다.
그런데 문득 깨닫는다. 나는 엄마에게 늘 힘을 얻고 가지만, 엄마는 나에게서 얼마나 힘을 얻으셨을까. 세월이 흐를수록 엄마의 모습에서 약해짐이 보인다. 그럴 때면 엄마의 건강을 내가 조금씩 빼앗아 온 건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아쉬움으로만 남기지 않으려 한다. 엄마의 사랑이 나를 키웠듯, 이제는 내가 엄마의 힘이 되어야 할 때. 다 따라가진 못하겠지만, 엄마가 지켜온 따뜻한 하루를 나도 이어가며, 더 큰 행복으로 돌려드리고 싶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보약이 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