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조급해하지 말자. 중요한 건 시작을 멈추지 않는 것이니까.

by 옥고미니

1월 1일 아침, 여섯 살이 된다고 설레던 딸이 눈을 비비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이 덜 깨서 그런 걸까. 며칠째 감기로 앓던 동생한테 옮은 걸까. 딸이 속 시원히 이야기해 주길 기다리며 옆에서 조용히 쓰다듬어 주었다.


“엄마, 나 여섯 살 시작이지? 그런데 왜 달라진 게 없지?” 딸의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작’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여섯 살에는 어떤 모습이고 싶어?"라고 묻자, 딸은 키가 더 컸으면 좋겠고, 유치원 에밀리 선생님이 주는 티니핑 스티커를 더 많이 받고 싶다고 했다.


내 딸이 생각하는 ‘시작’의 의미는 당장의 변화였다. 여섯 살이 시작되었으니 아침에 눈을 뜨면 키가 쑥 자라 있고, 영어도 술술 할 수 있을 줄 알았나 보다. 피식 웃으며, 엄마가 함께해 주겠다고, 시작했으니 매일의 과정이 쌓여 분명히 멋진 여섯 살 로하가 될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다면 나의 시작은 무슨 의미였을까. 나는 N잡러를 꿈꾸며 최근 부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신규 상품을 소싱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김이 샜다고 해야 할까. 하기가 싫어졌고, 집중도 되지 않았다. 당장의 변화가 없으니 시작과 동시에 풀이 죽어버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 모습도 딸과 다르지 않았다. 딸은 여섯 살이 되었으니 ‘뿅’ 하고 키가 자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부업을 시작했으니 ‘짠’ 하고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기대했다.


변화는 단숨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의 과정 속에서 자라는 것인데.

그래서 이제는 매일의 과정들을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도 시작되었다. 시작은 곧바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시작들이 쌓이면 과정이 되고, 그 과정들이 모여 결국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걸 믿기로 했다. 올해의 끝자락, 키가 훌쩍 자란 아이를 보며 내가 쌓아온 시작들이 결국 어떤 모습으로 자라났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중요한 건 시작을 멈추지 않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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