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로하에게
캘린더 가득 To-do-list를 적어 두어야 잘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틈 없이 빡빡하게, 그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2025년이 된다고 하니 바쁘게 살아온 나의 노력들을 되돌아보고 싶어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공복 유산소, 외국어 공부, 독서, 블로그 운영 등 나의 기록들을 찾아보았지만, 정작 눈에 들어온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사진첩 속 아이들의 앳된 모습들. 몇 개월 전인데도 이렇게 아기였단 말인가.
첫째 딸도, 둘째 아들도, 그때의 모습이 너무 소중해서 한참을 보고 또 보았다. 6살이 된 딸의 얼굴에서는 이제 볼 수 없는 귀여운 볼살과 앳된 말투, 겨우 이유식을 한 입 떠먹던 아들의 작은 손.
한 해가 가는 게 아쉽다. 바쁘게만 살다가 놓쳐버린 아이들과의 시간이 아쉽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나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는데, 왜 나는 더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3살이었던 딸과 다시 놀고 싶다. 종일 쫑알거리며 말을 시작하던 아이의 모습이 사무치게 그립다. 그 시절의 나는 너무 바빴다. 일 욕심에 빠르게 복직했고, 늘 쫓기듯 살아온 시간이었다. 만약 하루만이라도 3살 로하와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온 마음을 다해 아이에게만 최선을 다할 텐데.
언젠가 지금 이 순간도 그리운 날이 오겠지.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며 품을 파고드는 이 시간도 찰나겠지.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할 때 핑계 없이 턱턱 지원해 주는 엄마이고 싶었다. 부족함 없이 키우고, 넉넉하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놓쳐버린 시간들의 가치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에게 주어진 아이들과의 시간, 하루에 고작 몇 시간. 그 순간만큼은 정말 온전히 사랑하리라. 아이들의 앳된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듯, 오늘을 감사히 살겠다. 바쁘게만 살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리지 않도록. 엄마로서 온 맘을 다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