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우울증, 극복할 수 있을까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처음에는 배우자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었지만, 결혼 날짜가 가까워지니 내 선택이 맞은 걸까 착잡해지기만 한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때문에 잡아뒀던 결혼식 날짜를 미루거나 예식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방해요소가 없어도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결혼. 행복하자고 하는 결혼인데, 행복하지 않고 눈물만 나고 우울하기만 하다.
이러한 심리 상태를 메리지 블루라고 일컫는다.
메리지 블루는 유이카와 케이의 소설 <메리지 블루>의 제목에서 유래한 단어로 결혼을 뜻하는 '메리지(marriage)'와 우울, 불안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단어이다.
결혼이란 결국 그 도달점이 모두 같은지 몰라.
누구나 처음에는 '우리들은 달라. 특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라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용서 없이 무너져 버린다.
그리고는 '이런 게 아니었어'를 주문처럼 반복하는 것이다.
<메리지 블루> 중에서
이 소설 속 한 구절처럼 결혼을 준비하면서 오는 스트레스, 확 바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무너져 버리는 순간이 온다. 이러한 결혼전 우울증은 예비부부의 30퍼센트 가량이 겪는다고 한다. 남녀 비율로 보면, 여성이 메리지블루를 겪을 확률이 더 높다.
여성이 메리지블루를 겪는 원인은 상대에 대한 불확실성, 고부갈등에 대한 불안감 등이다. 남성이 메리지블루를 겪는 원인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자유 박탈에 대한 두려움 등이다. 이밖에도 결혼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배우자와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등이 원인으로 손꼽힐 수 있다.
흔히 결혼 전 우울감에 대해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래"라는 식으로 넘겨버리기 일쑤지만, 그렇게 가볍게 넘기다 보면 우울증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우선 메리지블루 증상이 의심된다면,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자가 진단을 해볼 수 있다. 아래의 내용 중에서 6개가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결혼전 우울증 즉 메리지블루를 의심해볼 수 있다.
결혼에 확신이 안 서고 불안하다.
평소보다 감정 기복이 상당히 심하다.
불면증 또는 과수면증 증상이 나타난다.
피로감이 심하고 무기력해진다.
외출을 피하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슬프거나 공허하고, 무슨 일을 해도 즐겁지 않다.
체중이 급격하게 변한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
산만함이 심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사소한 것에 자기 비난을 하고 죄책감에 빠진다.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와의 상담 등으로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메리지 블루, 극복할 수 있을까?
메리지 블루를 겪는 사람들은 이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할지 걱정이 될 것이다. 금방 불안함을 떨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혼을 한 후에도 우울증 증상이 계속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염두에 두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메리지 블루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1. 솔직한 소통
메리지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비부부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점이 불안한지 둘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걱정되는 부분에 대해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현실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부부간의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다. 우울한 마음을 배우자와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2. 적절한 운동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진다. 엔도르핀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정서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3. 행복했던 순간 떠올리기
메리지블루를 겪고 있는 예비부부는 상대에 대한 사랑이 식은 건 아닌지,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는 것이다.
메리지블루, 혼자서는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비부부가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마음상태를 마주보고 둘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갈 수도 있다. 서로를 믿으며 메리지 블루를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나가는 첫 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