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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ER Sep 10. 2024

3부 여름 이야기 '뜨거웠던 나의 젊은 시간 들'

심청은 공양미 삼백석 나는 월급 이백 part 2

내가 두 번째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도 형님은 고시 준비 중이었다. 그 길이 갈 수만 있다면 될 수만 있다면 무엇보다도 좋은 길이겠으나 쉬운 것이 아니었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본인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 역시 지쳐만 갔으니 만약에 아버지께서 계셨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앞서 1부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런 성품을 지닌 분이셨으니 아마도.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계시지 않았고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나는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책임지며 마치 준 가장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였을까 함께 다니던 사수 형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적에는 여러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중에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부모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당시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 바로 지금 조금 더 알뜰하게 살라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형제도 한 이불속에 있을 때나 형제더라라고 했는데 아마도 이는 다른 누구보다도 조금 더 자신을 돌볼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그것이 참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가만히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니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생각해 주는 말들이었기에 마른 수건에 물이 스며들 듯 조금씩 스며든 것은 아닐지 모르겠는데 그러고 보면 모든 순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으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도 지나고 본다면 이와 같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이제야 나이가 들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다 보니 이것이 단순히 돈의 몇 푼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생각이 마음이 그리고 행동이 온전히 나를 향했다면 어땠을까? 만약에 그랬다면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게 오랜 부사수 생활을 끝내고 사수로서 발령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거의 막내였고 당연하겠지만 가장 경력이 많은 매니저가 있는 팀으로 가게 되었다. 매니저라고 하지만 나이도 꽤 있었고 이곳에 잔뼈가 굵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어느 순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버렸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역시나 매니저 중 최고 선임이었고 이곳에서의 경력도 상당했던 만큼 당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급자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일은 물론이거니와 나와 같은 신입사원들의 크고 작은 문제까지 대변하고 해결해 주었으니 아래 직원 처지에서는 좋은 선배이자 상급자이겠으나 그 위의 부서장 위치에서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싶은데.




위의 이야기들이 어디서 들은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얼마 전 앞에서 이야기했던 아르바이트 시절의 용역회사에서 있었던 일과 거의 흡사하다. 기존 경력이 많은 사람이 고인 물로서 퇴물 취급을 받으며 결국은 새로 온 상급자와의 관계에서 밀려나는 일. 이런 대접을 받기 위해서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젊음과 에너지를 쏟은 것은 아닐 텐데 어째서 이렇게 되는 것일까? 그러고 본다면 결국 직장생활 아니 사회라 불리는 이곳의 성질이 그런 것일까? 마치 사용하고 사용하여 낡고 녹이 슨 그래서 더 이상 보기 흉해져 버려지고야 마는 기계처럼 말이다.




이런 다양한 일들 속에서 나 역시 좋은 소리만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실수나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당시 매니저가 나를 보며 말하길 대학 휴학이라고 아니 넌 그냥 고졸이야 고졸이라고 했는데 글쎄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하는 일과 학벌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거래처를 오고 가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하였는데 혹여 이런 내 마음이 풍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업무 스타일이 내 사람 됨됨이가 그냥 싫었던 것이었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혹시 나를 향한 콤플렉스.

(COMPLEX)




두 번째 직장생활이었던 42개월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며 이것 역시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아직 본론은 꺼내지도 않은 듯하다. 정말이지 나를 힘들게 했던 사건들과 그로 인해 내 몸에 일어난 변화들 그리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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