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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ER Sep 17. 2024

3부-1 여름이야기 '뜨거웠던 나의 젊은 시간들'

심청은 공양비 삼백석 나는 월급 이백 part3

직장에서의 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고 그런가 보다. 이전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러니 말이다. 기존에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인 물이자 퇴물 취급을 받다 결국에는 새로 온 젊은 상급자와의 힘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들. 어쩌면 나에게 일어날 미래의 모습을 이때부터 보여 준 것은 아니었을까? 잘 준비하라는 그래서 너 역시 같은 취급을 받지 말라는 것. 아니 어쩌면 인생이라고 이야기되는 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그와 같은 것이니 너무 아파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머니의 주도로 시작된 나의 첫 직장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해 본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었나 싶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내 대 기업 중 하나이며 급여 역시 이백이 넘는 것으로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으로 생각한다면 적을 수 있겠으나 한 20여 년 전의 금액이니 머.




어쨌든 그 실상으로 들어가 본다면 내가 하는 일은 S.M.(Salesman)이었고 매일 매일 물건을 납품하고 금액을 받아오며 저녁에는 다음 날 나갈 물건을 싣고 수금해 온 돈을 입금한 후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로 전산 작업을 하면 끝.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월말이면 다음 달의 판매 목표치를 세우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그 수치에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전년 동월의 그것보다 무조건 높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이것을 보며 무슨 어린애 장난 같은 소리를 하냐며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요 또 다른 사람은 모든 영업사원에게 있어 실적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으로 생각하며 세상 참 편하게 살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한때 빛도 재산이자 능력이라는 이야기가 쟁점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빛은 빛이지 절대로 다른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절대로 변하지 않는 가치관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판매 매출을 위해 자기 돈으로 가 판매를 잡고 이를 위해 대출을 종용하는 회사의 분위기 속에서 나날을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있겠는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름 큰 액수라고 생각하는 금액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였음에도 한도 금액을 듣고는 경우 그것 밖에 라며 아쉬워하는 매니저의 표정을 보며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빛을 늘기 위해 다니는 것인지에 있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나고 안 것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물건의 단가와 판매 수량, 실재고와 전산 재고를 잘 조절하며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의 매출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으나 이는 아주 극소수의 이야기였고 만약 지금의 내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가 정말 좋은 회사라면 계속 다니지 않았을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그만두며 나 역시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어느덧 42개월을 보내고 서른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본다면 서른이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나이로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기도 하지만 그때에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고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을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을 계속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것이 참~! 지금 하는 것들이 제대로 마음을 먹고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잠깐 등록금을 벌기 위한 일탈일 뿐인데 왜 가만히 지켜봐 주시지 못한 것이었을까?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가끔 말씀하시길 내가 돈 이백에 눈이 뒤집혀 졸업시키지 못했다며 씁쓸해 하시 곤 하시는데 왜 나는 바보처럼 나의 계획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어머니의 말씀에 잘 따르는 효심 깊은 아들이라서였을까? 어쩌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하여 정확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중요한 것은 ! 그렇게 나 역시 조금씩 쌓이는 돈의 맛을 알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원래는 여기서 이번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어야 하는 데 위의 마지막 한 줄...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라며 원망과 후회를 한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 책임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어머니였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당신의 말 한마디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지금 여기서 글을 준비하고 쓰는 순간까지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웬걸 한 글자 한 글자 적던 중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는데 진실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답을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돈에 매몰된 채 다른 것은 보지 못했던 나! 그렇다 결국에 문제는 나였던 것이었다. 이 글을 통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 어머니 얼굴을 보고 꼭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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