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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 Nov 30. 2022

따듯한 이가 가는 길은 외롭다

[나름의 대기획] 1화


 이제서야 내 삶을 살아가려 두 눈을 뜨니 여러 갈림길이 내 앞에 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살아가는(사실은 죽어가는) 모든 이에게도 그럴 테지만 본격적인 ‘청년 시절’을 앞둔 내게 이 풍경은 아직 낯설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원하는 길이 있다고 한다면, 그 길은 진정 내가 원하는 길이 맞는가. 혹 타인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길을 찾아냈다고 한다면, 그 길을 걷기 시작할 때, 혼자 걸어갈 수 있는 체력을 갖췄는가. 연속된 질문들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은 오랜 수험 생활 동안 준비하여 결과를 내는 시험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일단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길을 나서야 하고 나아가면서 이미 그 길을 거친 이들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올해 초의 질문들

 얼마나 많은 경로 변경이 있을지 지금의 나로선 알지 못하는 일이지만 나는 나의 첫 발을 따듯한 이들이 가는 길로 딛고 싶다. 그동안 책상 앞에서만 바라보았던 그들의 길에서 직접 걷고 싶다. 그리고 최대한 그 길에 남아있고 싶다. 그래서 이미 그 길을 걸었고 지금도 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이는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고 존경하고 있다는 나름의 표현임과 동시에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이상주의에 가까운 내 본성에 낀 거품을 말리고자 함이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더라도 우리 또한 누군가에겐 믿음직한 사람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얄미운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려 주길 바래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앞서 내가 생각하는 따듯한 사람들은 나누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 곧 타인을 위함이 되는 사람들이다. 오늘에 충실하되, 유불리에서 벗어나 저 먼 내일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저마다의 속도로 걸어가는 그들을 보며 나는 그들이 꽁꽁 숨기고 있는 그들의 외로움을 봐 버렸다. 언뜻 보이는 그 깊은 외로움에 도저히 어찌할 줄 모르겠는 감정이 내 속에서 치솟았다. 여전히 그렇다.

 우리 인간도 자연 속 하나의 종에 지나지 않기에 생존을 갈망한다. 가능하다면 안정되고 풍족한 생활을 갈망한다. 그렇다. 당연하다. 그런 우리에게 나눈다는 것은 사치일지 모르며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고 타인을 생각한다는 것은 보장된 삶을 위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큼 까다롭다.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우리의 모든 사회에서 자신의 삶으로써 나누는 그들이 비주류를 자처하고 그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의 외로움을 그런 방식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들과 그 이후에 그들을 따라가는 이들은 위안이 필요하다. 결코 혼자 가고 있지 않음을 알려야 한다. 나는 외로운 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금씩 세상을 바꿔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누군가와 같이 가고 있음을 느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이 진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길었던 혼자만의 생활에서 벗어나, 지나가버린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만남 속에서 우리 주변에도 따듯한 사람들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 앞으로 이 기획에서 다룰 사람들은 잘 알려진 사람이겠지만 사실은 우리 주변에,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 길을 기꺼이 걷는 소중한 그들을 생각하며 쓰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매일 쌓아왔을 그 외로움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미안함이 밀려든다.

 그리하여 이 기획의 첫 번째 주인공은 조영래 변호사다. 그는 총명한 머리를 가진 이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충분한 공부와 이해로 그를 소개해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참고할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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