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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 Feb 09. 2023

Querencia

이렇게 산다 1화

 Querencia(퀘렌시아). '나를 나답게 하는 공간이나 행동'을 뜻한다. 매일 같이 잠에 드는 방. 나를 찾으러 낯선 이들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 좋아하는 이들과 보내는  값진 시간. 그 무엇도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지구는 하루생활권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거의 모든 역사는 구글을 통해 검색되기만을 기다리고 거의 모든 사람은 값을 치를 수 있다면 설령 그것이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무엇이든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만나처럼 쏟아지는 문명의 빗속에서 우리는 정작 우리의 것들을 흘려보내고 있다.

 기계에 익숙해진 우리는 기계처럼 생각한다. 깔끔한 논리와 논증에 열광하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지루하다며 외면한다. 우리 자신을 끔찍이 여기는 우리 안에는 우리가 없다. 퀘퀘한 극우의 냄새가 짙어져 코끝을 찌르는 온 세상 속 많은 이들은 그저 많은 이들이 가는 길을 좇아 걷는다. 이 사실을 재빠르게 알아챈 영악한 이들은 이제는 나조차 알지 못하는 나를 대신 찾아주겠다고 말을 걸어온다.

 클릭으로 모든 것을 얻을  있는 우리는, 검색으로 모든 것을   있는 우리는 창조성과 생각의 힘을 잃어간다.

 우리는 되찾아야 한다. 참된 것을 향한 열망을. 슬퍼하는 이를 진정으로 위로하는 눈물을. 낯설고 새로운 것에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퀘렌시아다. 오래, 깊게 나아가기 위해서 잠시 숨을 고르는 일이다.

 나의 퀘렌시아는? 또 당신의 퀘렌시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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