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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Sep 10. 2020

코로나가 바꾼  독서 패턴

도서관이 사라지다

 코로나로 인하여 나의 독서 패턴이 바뀌게 될지는 몰랐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없어지고 변경된 것 같다. 그 영향이 독서 습관까지 영향이 미칠지 누가 알았겠는가. 누가 시키지는 않지만 항상 독서 후 바로 독서노트를 작성할 때도 있고 일주일 정도 몰아서 작성할 때도 있지만, 항상 1권 1 독서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그냥 읽기만 하면 스쳐가는 인연인 것처럼 독서를 대한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책 속의 한 문장이라도 나에게 남기고 싶은 그 마음 하나로 독서노트를 작성한다.


그리고 독서노트 속의  앞 몇 장은 항상 비워 놓는다. 왜냐면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쓰기 위한 공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서 책을 소개받을 때도 있고, 특정 작가가 좋아 전작주의적 책 읽기를 할 때 목록 작성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추가로 [푸른 오리] 님 글 속에서 책을 고른다.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지는 않지만,  읽다 보면 베스트셀러인 책도 있긴 하다. 이렇듯 항상 읽고 싶은, 읽어야 할 책 리스트들이 쌓이지만 읽는 속도가 마음만큼 따라가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다. 많은 책을 보고 생각 정리를 위하여 코로나 이슈가 나기 전까지는 3가지 방법으로 책을 보았다.


첫째, 직접 구입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읽는 책은 직접 구입하였다. 모든 읽고 싶은 책을 새책으로 구입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경제적 부담이 되기에 더 읽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 위주로 구입하였다.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무거운 책들이 많다. 한 번씩 아내가 어떤 책이냐고 물어보면. 나의 대답에 시큰둥 한 표정을 짓기도 하다.


나는 구입한 책은 반듯하게 보지 않는다. 이곳저곳 줄 긋고, 마킹도 하고, 스티커도 붙인다. 독서노트를 작성하기 위해서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한번 그 내용들을 더듬어 보기 위해 표시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독서노트를 작성하면서 책의 내용을 한 번 더 상기시킨다. 나의 책 읽기는 책을 공유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구입한 책에 나만의 표기가 다른 누군가 보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나의 사적 공간을 누군가 들여다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 또한 도서관에 책을 대여해서 보는 독자이지만 내 책만큼은 나만 보기를 원한다. 극히 개인적인 책 읽기일 수도 있다.


둘째, 밀리의 서재 이용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면서 크레마로 책을 읽었다. 크레마를 이용하는 이유가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니기에 불편해서 이용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 평소 가방에 2권 정도 종이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 사람이지만 무겁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만약 무겁다고 느껴졌다면 빨리 내 머릿속에 책의 내용과 생각들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휴대하기 편해서 크레마를 이용하진 않고, 다른 이유가 있다. 밀리의 서재 특성상 실용서 위주의 가독성이 좋은 책은 크레마를 이용하여 읽는다. 그리고 신간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고 있었다. 크레마 특성상 컬러가 있는 책도 흑백으로만 봐야 하는 점과 종이책 고유의 글자체가 아닌 다른 글자체로 읽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문자 위주의 책 읽기라 크게 방해되지 않고 잘 읽고 있었다. 독서의 양을 늘리는 데는 꼭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셋째,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여 본다.

 직접 구입하는 책과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여 보는 책 이외는 모두 도서관에서 밀려 본다. 도서관에서 책 읽는 분위기가 좋아 가기도 하지만, 미처 몰랐던 책들을 책장에서 찾는 재미가 있었다. 집에서 5분 거리의 도서관에 자주 갔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도서관이 문 닫는 횟수가 늘었고, 막상 도서관에서 머무럴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급기야 지금은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로 내년 가을이 되어야 그 도서관에 갈 수 있다. 지금은 집 주변에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없어서 책을 빌려 볼 수가 없다.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던 책 빌려 보기가 이렇게 중단될 줄은 몰랐다. 뭔가 나의 기회가 박탈당한 기분마저 든다.


아주 어려을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것 자체가 싫었다. 오래된 책을 만질 때 온몸이 가려운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몸이 몹시 가려웠다. 책은 사서 보는 것이라 믿음을 가지고 학창 시절을 보냈었다. 지금은 그런 피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나의 책 빌려 보기는 막혀버렸다.


 위의 세 가지 방법 중에서 요즘은 구입해서 주로 책을 읽는다. 한 권 읽을 때 부담스러울 만큼 시간을 많이 들여서 정독을 한다. 예전처럼 속도를 붙여 책을 읽다간 책장에 책이 꽂혀 있을 시간 없이 바로바로 읽힐 것 같아 불안한 면도 있다. 책장을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 재독을 해야 될 책들도 골라서 선반에 놓아둔다. 많이 읽는다고 누구에게 얘기하진 않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과연 생각할 시간은 남겨두면서 속도 있게 책을 읽어을까 뒤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코로나 이전에는 책 읽는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깊이 있게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전에 작성했던 독서노트를 보면서 비교하면서 책 읽기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미셀 트루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비교하면서 읽는다. 코로나로 나의 책 읽는 방법을 바꿔 버렸고, 책을 대하는 관점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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