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상

그 나무 그늘이 도서관으로

나의 의미

by 게팅베터

20대 말에 방황하던 시절에 매일 수목원에 갔던 게 생각이 난다. 기억 저편에 있어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이유 없이 그냥 갔다. 그냥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만 맞았다. 계속 그렇게 하니 심심해서 책도 한 권 가져와서 읽곤 했다. 그때 그 시대에 나는 힘들었었지만 그 나무 그늘 밑에서의 나만의 시간은 좋았었다.


지금은 그 나무 그늘이 도서관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서관에서 맘껏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한때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취업을 위해서 열람실에서 앉아 토익과 전공자격증을 공부하기 위한 단순 기능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지만 코로나 전까지는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할 게 있으면 갔었다. 책에서 정답을 찾아주지는 않지만 힌트를 주듯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해답을 주진 않지만 뭔가 시작하고 시도하게 만드는 원동력도 주고 마음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에 머물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었고 의자에 앉을 수도 없게 되어있다. 책을 도서관에서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도서관에서 책 읽기를 즐겼다. 걸어서 5분 거리의 도서관이 있어 나에겐 좋은 환경이고, 도서관 책장에서 고른 책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읽었다. 보통 2권 정도 다 읽고 5권을 빌려간다. 카페라테 한잔을 올려놓고 책을 읽으면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오히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날에도 전신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조금은 난해한 책도 이해하기가 조금 더 수월할 때도 있어서 쉬운 책보다는 평상시 읽기 힘든 책을 고르곤 한다. 그냥 이런 게 소확행이라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고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


도서관 외에도 지하철, 버스, 회사, 집, 캠핑장 등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책을 보는데 도서관만큼 그 느낌을 살릴 수가 없다. 평소 다독을 즐기지만 더 읽고 싶은 욕구와 현실에서 읽는 책의 양에 차이가 있어 한 번씩 마음이 안 좋기도 하다. 각 잡고 책을 읽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앉아서 보다가 서서 보기도 하고 걸으면서 보기도 한다. 동시에 여러 권을 읽기도 하고, 누가 보면 산만하다고 느껴질 수가 있겠지만 독서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활자 중독은 아니지만 글 읽는 것 자체가 좋다.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나만의 책장처럼 그 익숙함을 느끼고 글을 통해 새로움도 느끼고 걸 즐긴다. 책을 읽다가 가만히 허공을 보며 사색도 하고 숲 속에 있는 도서관이라 산책하기도 좋았다.


요즘은 빌려 보는 책은 크레마를 통해서 밀리의 서재를 이용한다. 깊이 있는 책보다는 요즘 트렌드, 신간, 베스트셀러 등을 읽고 깊이 있는 책들은 종이책으로 사서 본다. 도서관과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거실에 선반을 만들고 책을 꽃아 두었다. 의자에도 책을 올려두고, 바닥에도 책이 있다. 누군가는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 수 도 있다. 그냥 손 닿는 데로 책을 읽고 싶어서 아무렇지 않게 놓아두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물건들이 흐트러져 있는 걸 못 보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는데, 그 마음이 나를 더 조아 매는 갈고리라는 느꼈었다. 그리고 그 틀을 깨고 싶어 일부러 정리 정돈이 되어야 할 것들을 흐트러지게 놔둔다. 그렇게 되어 있는 게 더 내 마음이 놓여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각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의 스트레스와 , 한 권의 완독에 얽매였는데. 지금은 다독을 하고 있다. 결국 책이란 하나로 통한다는 걸 알고 난 뒤 손에 잡힐 수 있는 거리에 책을 아무렇게나 놔두고 읽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서 도서관 외에도 글을 잘 읽을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싶다. 요즘은 아내의 대학원 과제를 도와주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얘기를 하기 위해서 주말마다 좋은 카페에 간다. 매번 다른 카페를 가면서 생각이 정체되지 않고 창의성 있는 생각들을 서로 주고받곤 한다. 그렇게 한지 두 달 가까이 되어가는데 지난주 처음으로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나름 괜찮았다. 에스프레소의 찐한 향이 감미가 되어 책에 향기를 남기는 것 같았다.


한 번은 김해에 있는 도서관을 다녀왔었다. 학교를 리모델링해서 도서관으로 만들었는데 서울 삼성역 별마당 도서관과 일본 사가의 타케오 도서관을 모티브로 만든 것 같았다. 도서관내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게 맘에 들었다. 그리고 도서관내 카페라테 가격이 2000원이라 더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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