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화보다 먼저 읽어주세요
* 5화를 브런치북이 아닌 곳에 올리는 바람에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5화를 먼저 읽고 마지막화를 읽어주세요
나의 월급 두배를 벌어야 적자를 메꿀 수 있다.
라는 사실을 안 순간 진정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시작되었다. 생활비를 줄인다고해서 적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막아야했다.
남편은 일단 경기도에 분양받아 사두었던 집을 내놓았다. 한창 부동산 상승기일 때 두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듯 보였던 그 집은 이제 부동산 하락기를 맞아 가격이 한참 떨어졌다. 그래도 샀을 때보다는 아직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금리 인상으로 그집에 껴있는 대출 이자도 계속 늘어나 우리 가계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집을 팔면 이자도 안내도 되고, 다른 대출도 조금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슬픈 것은 그렇더라도 여전히 적자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그래도 그집을 팔아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나는 평소에 명품소비, 쇼핑을 즐기는 과소비를 하지는 않았지만(골프만이 나의 유일한 사치였다), 장볼 때, 소소한 인터넷 쇼핑, 외식 등등에 생각없이 작은 돈들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한다는 생각이 들자, 꼭 필요하지않으면 쇼핑하지 않게 되었다.
장을 보기 전에 냉장고를 들여다보았다.
냉장고 안에는 먹을 것이 천지였다. 그리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썩기 직전의 재료를 요리 어플 검색창에 치면 가능한 요리들이 나왔다.
내가 요리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냉동실에 비린내 난다고 쳐박아둔 냉동 순살 가자미는 '버터 갈릭 가자미 구이'로 레스토랑 디너메뉴 뺨치는 풍미를 뿜어냈고, 식빵과 계란으로 뚝딱 만든 백종원 계란토스트를 한 입먹는 순간 브런치집에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막비빔밥이 먹고 싶어서 제철인 꼬막을 사다가 해감하고 삶아서 세식구가 식탁에 모여앉아 도란도란 껍질을 깔 때는 놀러나가 외식할 때 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는 안하기로 했다.
그동안 자랑할 것 없나 짜내서 업로드했던 것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자랑할게 없어졌기 때문이다. 소소한 생활의 행복도 있지만 굳이 행복까지 짜내어서 업로드하지 않기로 했다. 계정폭파까지는 아니지만 어플을 삭제하고, 업로드할거 없나? 를 생각하지 않게 된 순간 자유로워졌다.
주말에 뭐하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남들처럼 멋진 주말을 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고, 그냥 집 앞 공원에 돗자리 피고 앉아 집에 남아있던 군고구마를 간식으로 싸가서 먹어도 행복했다. 집 앞 공원에 2주 연속 놀러가도 좋았다.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아이랑 별거없는 놀이를 해도 괜찮았다.
남들의 화려한 주말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편안하게 주말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어쨌든, 갑자기 시작된 허리띠 졸라매기는 나쁘지 않았다.
굳이 소비를 줄인다고 해서 행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일론머스크도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하루에 1달러로만 살기를 실험해보고자 오렌지와 핫도그만 먹고 살아보고는 살만해서 사업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고 했는데, 우리도 돈이 없어도 사는데는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망하면 서울 아파트라도 팔아버리지 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그래도 적자는 적자였다. 남편에게 투잡을 뛰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남편은 열심히 알아보더니 분양하려고 지어두었던 토지위의 작은 집들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에어비앤비의 집들은 만실로 예약이 꽉 찼다.
그리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집밥하고 최대한 소비를 줄이자 생활비를 평소대비 절반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