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낙 Jan 27. 2024

2017년 서울에 아파트를 샀습니다(마지막 이야기)

#다시 2017년으로 돌아간다면

남편이 에어비앤비를 관리한다고 바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예약 관리를 위해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할 물품을 준비해서 상세페이지도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회사를 관뒀지만 술만 마시고 탱자탱자하지 않는 열심히 사는 남자다.     

내가 회사를 관두라 했을 때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생각했다.      

이 남자는 무엇이든 부지런히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하루하루이다.               

그래도 며칠 전에는 경기도의 집을 내놨던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매매를 알아보러 오는 사람은 없는데 월세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는 중동남자 '카림'씨였다. 그가 원하는 월세 가격이라면 우리가 내고 있는 경기도 집에 대한 대출 이자를 거의 딱 맞출 수 있었다. 더 이상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요 카림!!!               

그리고 남편의 회사에서도 수익이 나는 건지 어쩐 건지 목돈을 통장으로 보내주었다. 회사 멤버들이 다 힘든 모양이다. 이렇게 분배만 하다가는 성장을 할 수 있을지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아무튼 이런저런 걱정과 희망의 소식이 하루하루를 알 수 없게 불쑥 나타난다.      

          



가끔씩 또 미친듯한 불안감이 잠자기 직전에 찾아온다.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으로 심장이 요동친다.     


내가 믿는 신에게 이 불안감을 없애달라 기도한다.     

신은 나에게 가장 유익한 것을 선물로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처음부터 바랬던 재물복이던지, 아니면 가정의 위기이던지 간에 결국에는 나에게 유익함을 줄 것이라고 믿고,      

물살에 몸을 맡기듯 신이 노를 젓는 대로 그냥 힘을 빼고 떠내려 간다.                

나는 나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찰나의 상황들을 즐기고 있다.     

               



나도 부업을 할 순 없을까,라고 생각해 봤다.     

우연히 부크크라는 자가 출판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내 주위의 친구들이 (특히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불쑥 내 근황을 묻는다. 요새 남편은 어찌 됐냐고.     

찐친은 내가 말하기 전에 묻지 않는다.     


내 이야기가 궁금하긴 한가 보다. 그래 나의 궁금한 이야기 모르는 사람들에게 들려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혹시나 이야기가 인기가 많아져 남편까지 알게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미리 걱정을 해본다.               

그래도 쓰기 시작했다.     

내 인생의 가장 다이내믹했던 사건을 이야기로 쓰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 이야기가 유명해져 곤란해질 상황은 없을 것 같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2017년으로 되돌아간다면,     

나는 다시 서울의 아파트를 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과 부동산 상승신화에 취해 결국 남편은 퇴사를 할 것이다.     


되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