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삶은기쁨으로 가득하다

사랑에세이

by 파란진실

니체를 읽었다. 철학책이라기엔 그리 심오하진 않은데, 마음속에 쏙쏙 박혀 드는 소제목들 때문에 저절로 펜을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삶은 기쁨으로 가득하다’는 문장이 그랬다.


몇 주 전부터 엄지손가락이 아파 움직이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의사는 약을 처방하며 수술을 권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과도한 초과근무에 진절머리 내던 친구를 생각하니, 아마 엄지를 너무 많이 썼던 탓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친구는 이 상황을 놀랍도록 현실적으로 받아들였고, 나와 친구는 ‘오늘을 잘 보내고 약 잘 먹으며 결과를 기다리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언니가 온종일 말을 걸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30년 지기 직장 동료이자 매일 사내 통신망으로 소통하고 점심도 함께 먹던 친구가 자전거를 타다 뜻밖의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이었다. 언니는 "죽음이 느껴지지 않아"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닥치면 다가와. 죽으면 끝이야"라고 답했다. 상실감에 사무실 한구석에서 눈물짓던 언니의 모습에, 친구를 향한 걱정과 위로의 마음이 깊어졌다. 사내 홈페이지를 멍하니 바라보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다. "제주 갈치구이 5성급 호텔 최대 30% 할인."


그때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제주 최고급 호텔 뷔페였다. 예약 후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가 웬일?”

평소 내가 편의점 삼각김밥을 즐겨 먹는 것을 아는 친구의 반응이었다.

“내일 런치, 시간 돼? 건강해라. 비싸지만 미식가 친구를 위해서, 그런 날도 있어야지.”

친구는 바로 "ㅠㅠㅠㅠ 감동"이라고 답했다.


함께한 런치 자리에서는 폭풍 수다가 이어졌고,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미식가’라는 별명에 걸맞게 친구는 브로콜리 크림수프, 자리강정, 스테이크, 익힌 연어 초밥, 감자 뇨끼, 디저트, 카페 라테까지 모든 음식을 맛있게 즐겨주었다. 친구의 "좋아...<<<<<" 라는 표현에 나는 "좋아하니 잘 소화해주니 나도 좋다"라고 답했다. 그 순간 기뻤다. 오늘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삶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우정 또한 사랑이었다.


친구가 식사 중 말을 꺼냈다. 동생에게 뷔페 가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해 속상했다는 이야기였다. 동생은 음식을 많이 가리는 편이란다. 친구와 나, 둘 다 싱글이라 뷔페를 경험할 기회가 드물었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를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마음에 뷔페를 샀던 터라 더욱 뿌듯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소비했지만, 친구가 감동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덩달아 기뻤다.


익힌 연어 초밥을 칭찬하고, 자리강정에 열광하며, 달콤한 고구마튀김에 감탄하던 친구는 특히 감자 뇨끼에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그 표정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친구가 뷔페에서 의외의 메뉴를 고른 것도 흥미로웠다.


사실 친구는 수술비 걱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카페에서 라테와 디저트를 사주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다행히 소비 쿠폰을 잘 활용해서 아직은 큰 부담이 없다. 뷔페에서 돌아오는 길, 친구는 롯데마트에서 로즈마리티와 소금빵을 사주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나누어 먹으며 친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소중했다.


다음 주에는 친구의 기력 회복을 위해 장어를 먹기로 했다. 친구는 폭풍 눈물 문자와 감동 문자를 보내왔다. 나도 일본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엄마를 일본에 있는 여동생에게 보내드리며 용돈을 넉넉히 드리기로 했다고 하니, 친구는 내게 ‘효녀’라고 칭찬해주었다. 그 또한 내게 큰 기쁨이었다.


참된 사랑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 취미와 성격을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비록 나는 김밥을 좋아하고 친구는 뷔페와 장어덮밥을 좋아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잘 지내고 있다. 상대의 선택과 개성을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관계가 편안하고 좋았다.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삶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내 삶 곳곳에 스며든 사랑을 통해 느끼는 일상이 주는 행복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 사랑을 지켜나가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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