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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Oct 29. 2022

스승 찾아 삼만 삼천리!

기술자는 이렇게 준비한다-5

2020년 공릉동 건영아파트 욕실세팅




전 글에서 일용직 노가다 경험을 한두 달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기술자가 되기 위해 결심했다면 꼭 경험해 봐야 합니다.


아직 사수(스승)를 못 만나셨나요? 제 경험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기술을 배우겠다고 결심하고, 일용직 노가다를 한두 달 하면서 어떤 기술자가 되어야 할지 결정했습니다. 저는 타일 기술자로 결정했어요. 기술분야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유튜브도 보고, 검색도 해보면서 욕실을 아름답게 리모델링하는 일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작업이 거칠지만 세밀한 부분도 필요하고, 갖가지 기술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기술 보다 배우는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사실 그리 짧은 편은 아님) 하지만 일용직 노가다를 하면서 타일 시공하는 기술자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술자를 소개받을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결국 친구의 지인이 욕실 리모델링 기술자인데, 보조를 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2018년 강서구 신길동 타일 학원에서 이너바스 이실장의 첫 타일 실습

바로 일을 배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분이 '타일학원 한 달이라도 다녀야 같이 일할 수 있다'고, 제 친구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타일학원을 알아봤는데 학원비가 상당히 부담되었습니다. 노동부 국비지원과정 알아보고, 내일배움카드(노동부 기술교육 지원금 카드)를 신청하여 강서구에 있는 타일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수강비용이 100만원 정도였지만 다행히 90%는 고용노동부의 지원으로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타일 교육과정은 월~금까지, 아침 09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 넘어서 끝났습니다. 한 반에 20명 정원이었고 대부분 나이가 20대, 30대의 젊은 동생들이었습니다. 40대 나이는 저 혼자였어요. 그리고 60대 할아버지가 2명, 여성분도 1명 있었습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타일 시공을 살짝 맛보기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학원과 실제현장은 다릅니다) 제가 적성이 맞았는지 20명 중 타일작업속도와 퀄리티가 상위권이었습니다. 사실, 타일 시공이 쉬운 것은 아니애요.

학원에서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고는 하는데, 그 말은 안 믿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학원에서 1년 동안 몇 백명이 수료하는데, 수료생들을 어떻게 다 취업을 시켜주겠어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알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 가량 타일학원 수강을 마치고 친구가 소개해 준 기술자 사장님과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일이 있을 때, 같이 일하면서 기술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일당은 5만원이고, 점차 잘하게 되고 할 수 있는 작업이 많아지면 올려준다고 합니다. 저는 일 배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일당은 신경 쓰진 않았습니다. 


며칠 뒤 기술자 사장님이 현장이 잡혔다고, 성북동으로 아침 8시에 시간 맞춰 오라고 했어요. 현장에서 처음 사장님을 봤는데, 저와 동갑이어서 말을 편하게 하라고 합니다. 제가 일을 배우는 입장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냐고 하니, 사장은 그게 편하답니다. 사장과 여러 현장을 다니며 작업을 배우고, 현장실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욕실 철거, 제품 및 재료 양중, 타일 시공, 돔천장, 위생도기 및 제품설치를 배웠습니다.


현장에 제품들이 배송되면 어떤 자세로 들고 옮기며, 제품들을 놓을 자리는 어떻게 하는지, 철거는 어떤 공구로 어떻게 작업하는지,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시공해야 하는지, 타일 시공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돔천장 올릴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할수 있는 작업이 없었기 때문에 청소와 공구정리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징이 작업하면서 구체적으로 작업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제가 직접 해보라고 기회를 주네요. 돌리고, 조이고, 뽀개고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사장이 욕실 리모델링 하면서 일의 양이 많으면 별도로 타일기술자를 불러 시공합니다. 타일기술자가 욕실과 베란다에 타일 시공할 때는 제가 데모도(보조) 했어요. 제가 타일박스 나르고, 압착시멘트나 드라이픽스 믹스하고, 타일메지 넣고 현장을 정리하는 등 타일기술자가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저도 타일학원을 수료했기 때문에 타일 커팅도 할 수 있었지만, 기술자가 한번 시켜보고 안 시키네요. 전문기술자는 다릅니다. 타일 재단 시 1mm 이상의 오차는 허용하지 않아요. (비겁한 변명이긴 하지만, 제가 손에 익은 타일커터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커팅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장과 같이 다닌지 몇개월 지났습니다. 사장이 제 작업에 대한 기대치가 커졌습니다. 사장이 지시하여 제가 작업해 놓으면, 사장이 제가 해 놓은 작업에 화를 자주 냅니다. 사장이 보기에는 부족했나 봅니다. 사장이 지시한 것 중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사장이 또 화를 낼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저 혼자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장에게 물어보면 또 화를 낼 것 같아 물어보기도 그렇고. 그러다 보니 주눅도 들고 일의 속도도 느려집니다. 그래서 또 욕먹고. 그래도 물어봐야 했어요. 그때 서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거면 네가 하지 왜 나한테 시키냐?"


지금은 사장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을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을 기술자로 만들기 위해 기술을 알려주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참을성도 많이 필요하죠. 사장이 직접 하면 10분이면 끝낼 일을 제가 하면 30분이 넘게 걸렸으니까요. 


사장이 작업 방법을 알려 준 것 말고도 견적서를 작성하고, 인터넷 기술자 카페에 홍보 글 올리는 것도 알려 주었습니다. 궁금한한 점이 있을 때는 같이 출퇴근을 하면서 차 안에서 물어봤습니다. 기술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홍보하고 고객응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일을 주어야 기술을 펼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독립하여 욕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집주인 상담부터 공사 마무리까지 모두 혼자 해야 할 경우를 생각했습니다. 일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머릿속에 작업 순서와 방법을 그려보았고, 일하고 집에 와서 그날 배운 것들과 좋은 꿀팁, 나중에 구매해야 할 공구 등을 메모했습니다. 현장에서 메모를 하는 것은 번거롭고 눈치도 봐야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스승을 찾는 방법은


1. 친구, 친척, 지인에게 내가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것을 알리고, 부탁하자.

가까운 친구나, 친척, 지인 등을 통해 주변에 기술자가 있는지 소개해 줄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자존심 같은 건 포기하세요.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기술자를 만날 수 없고, 기술을 배울 수 없습니다. 만약 소개로 기술자 사장님을 만난다면, 부담을 가지고 센스 있게 잘해야 합니다. 소개해주는 지인도 부담을 가지고 기술자를 소개해 주는 것입니다. 


2. 인력사무소를 통해 '노가다'하면서 찾아보자.

바로 전 글'노가다부터 시작한다. 따라와!'에서 말씀드렸듯 현장 경험을 하면서, 그곳에서 기술자 사장님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기술자 사장님과 같이 일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합니다. 기술자 사장님도 "이 녀석 일 시켜보니 괜찮네!"라고 생각되면, 같이 일하자고 말할 거예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옳다구나" 하고 바로 결정하지 마세요. 물론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다른 기술을 배우거나 경험할 기회를 놓지는 기회비용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인력사무소를 통한 현장 노가다를 두 달 정도 경험해 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노가다 현장에서 두 달 가량 일하면, 자신이 배우고 싶은 기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 당신이 흥미가 있어 이 기술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OK 하세요.


3. 알바 구직사이트를 알아보자.

알바몬, 알바천국 등 구직사이트에서 찾아 보세요. 업직종 검색에 들어가서 노무, 공사, 건설현장으로 선택하고 채용하는 곳을 살펴봅니다. 

<알바몬 채용공고>

검색해서 확인하고, 당신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지원하면 됩니다. 지원하기 전에 해당 사이트에 이력서를 성의껏 작성하여 등록해야 합니다. 제가 15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 아웃소싱 직원 채용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수십수백 장씩 봐왔습니다. 인기 있는 채용은 구직자가 많았는데, 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성의껏 생각을 가진 사람이 썼느냐입니다. 생각 없이 대강 작성된 이력서는 1초 만에 버려집니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관련 경력이 얼마나 있느냐입니다. 건설 노무 쪽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큰 부담을 갖지 않되, 모든 질문 칸은 다 채워주고, 성의껏 작성하면 됩니다.



4. 기술자 인터넷 카페에서 알아보자.

네이버 인기통(인테리어 기술자 통합모임) 카페에 들어가면, 기술들이 분야별로 나와있습니다.

네이버 인기통 까페

위 사진의 남자 인력(용역)을 클릭하면 여러 곳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역을 고려하고 자신이 흥미가 있는 일을 선택해 전화해 보세요. 아니면 자신이 배울 기술을 결정했다면 기술 분야별 구인/구직코너가 있습니다. 목수, 마루, 도배, 타일, 장판, 싱크, 가구, 창호, 유리, 금속, 전기, 조명, 소방, 필름, 방수, 철거, 설비, 미장 등 기술이 아주 다양하죠. 여기에 구직 등록을 하여 기술자 사장으로부터 전화오기를 기다리거나, 구인등록에 올라와 있는 글의 연락처로 전화해 보세요. 여기에 올리는 기술자 사장님은 꾸준히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고 지금 당장 보조할 작업자를 구하는 것입니다.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인기통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죠. 좋은 기술자 사장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일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주변을 찾아보면 분명 자신이 흥미가 있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은 반드시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이 실력이다."

[이너바스 이실장 명언-5]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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