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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Apr 09. 2024

베짱이는 살아있다!(7)

7화 - 베짱이가 개미 조직을 개편하고 정비하다

개미와 같이 살아가는 몇 달 동안 나는 개미 조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개미들은 여왕개미에게 충성하며 조직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한 마리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조직의 규율에 맞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개미가 꿀벌과 함께 조직에 충성하고 일만 열심히 하는 곤충의 대명사가 된 까닭을 알게 되었다. 항상 즐기고, 놀고 싶어 하는 베짱이 근성이 어디 가질 않는 것일까? 몇 달을 같이 있어보니 베짱이인 나는 이 개미 집단이 너무 답답하게 보였다.  왜 여왕개미엑 충성하고 일만 해야 할까? 나를 위한 시간도 없이 말이다. 개미의 인생은 누구를 위한 인생인가? 여왕개미인가? 아니면 개미 조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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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과 비슷한 면도 많다. 회사에 입사해 회사일만 하는 직장인과 닮았다.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 회사의 오너 일가를  위해서인가? 회사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인가? 


아무리 어렵고 힘든 작업도 개미들은 척척 해 낸다. 개미들도 두뇌가 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배짱이인 나는 이런 조직사회에서 견딜 수가 없다. 개미들은 자기 조직을 벗어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조직을 떠나는 것은 바로 죽음이다. 과연 그럴까? 일이 너무 과중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조직에서 부당한 대우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끝까지 조직에 충성하며 떠나지 않는다. 개미는 여왕개미를 위해, 조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연애나 결혼도 포기한다. 그리고 출산 또한 자기 일이 아니라고 포기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개미는 조직이 곧 자신이고 자신은 곧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고된 것은 그나마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배짱이인 나는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내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고 싶은 내 종족보존의 본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우월한 메뚜기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나 베짱이는 반드시 후대를 남겨야 한다. 왜냐고?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아무리 천재 메뚜기 베짱이 이긴 하지만, 개미 조직을 떠나 혼자 살아남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험난한(?) 세상을 잘 모르기도 하고, 조직을 떠나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나는 아직 모른다. 개미 조직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아직은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에 적응한 후, 일반 개미들보다 내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조직에 증명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나 베짱이는 개미들과 열심히 일 하면서, 개미 조직 시스템적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개미여왕에게 건의하고 설득했다. 개미들의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보안경비부, 주택청소부, 돌봄교육부, 식량채집부, 감독관찰부, 의료보건부, 도구개발부, 엔터테인문화부 등으로 나누어 방대한 개미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힘 있고, 멋진 조직을 가진 개미 여황제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천재 메뚜기의 이해하기 쉬운 브리핑으로 여왕개미는 의견을 적극 받아들였다.ㅋㅋㅋㅋ 여왕개미의 꿈이 생긴 것이다.


여왕개미의 지시(좋아! 빠르게 가!)로 나는 개미 조직을 빠르게 정비할 수 있었고 여왕개미의 나에 대한 신임은 두터워졌다. 하지만 수많은 개미들을 내가 모두 관리하고 통제할 수는 없었다. 개미 지휘부를 우선 만들고, 나와 친한 개미들로 부장들을 선임했다. 당연히 똑똑한 놈들로 구성했고, 나를 살려준 개돌이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개미들이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하고, 설득하고, 이해를 시켰다. 몇 주가 지나자 드디어 조직들이 제 할 일을 찾아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역시 천제 메뚜기 베짱이가 맞다. 

그리고 개미들이 작업할 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천재메뚜기인 나는 개미툴(tool)을 만들어주었다. 작업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절삭가위, 이동 수레, 수동 컨베이어벨트 등 많은 작업도구를 개발했다. 개발한 도구들의 불편한 부분을 연구하며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나는 이러한 공로로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여 더 좋은 먹이와 식량을 더 많이 분배받았고, 내 방의 개인 보관함에 식량을 보관할 정도가 되었다. 여왕개미는 더욱 분발하여 열심히 일 하라며 널찍하고 큰 방을 내게 주었다. 누구든 조직이나 상부에서 인정받으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는 법! 나도 모르게 더욱더 열심히 내 체력과 정신을 개미 조직에 몰빵 하게 되었다. 


하지만, 개미여왕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점점 커져만 갔고 나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개미조직을 돌보고 도구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체력고갈!!! 늘어나는 업무량과 기대치! 이러다가 과로사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갔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갔다. 추운 겨울이 왔고, 과중한 업무로 나는 또 정신을 잃었다. 지난해에는 겨울에 춥고 배고파서 정신을 잃었지만, 이번에는 너무 무리한 탓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고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나 베짱이는 꿈을 꾸었다. 이게 꿈인지, 그게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중국 후한 말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말하고, 동남풍을 불게 하며 적벽대전을 치르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남만을 정벌했고 맹획을 일곱 번이나 사로잡고 놓아준 칠종칠금의 고사를 남겼다. 촉나라의 내정에 기초를 다지고 민생 경제를 살폈다. 촉나라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나라를 치기 위해 북벌을 단행했고, 목우유마라는 이동수단을 제작했다. 그러다가 5차 북벌을 재개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지병으로 인해 오장원의 별이 되었다. 삼국지의 제갈공명! 그게 꿈인가? 제갈공명이 베짱이로 다시 태어나다니. 피로 누적으로 과로사한 안타까운 제갈공명을 위해 하늘 께서 놀고 먹는 욜로족 베짱이로 태어나 한철 누리다 가게 한 것인데, 이렇게 천재 메뚜기인 베짱이가 개미조직에 들어와 제갈공명 같은 업적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내 전생이 제갈공명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베짱이로 태어나서도 또 과로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하다니. 베짱이 인생사 파란만장하다!





눈을 떠보니 개돌이와 엥? 예쁜 나비가 나를 간호하며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헉스! 여자다! 그리고 예쁘다!


나는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척하며 고민에 빠졌다. 예뻐도 너무 예쁘다. 어쩌지? 지난해에 만났던 나비 여친(2화에서 나옴)보다 훨씬 예쁘다.


여자 나비 : 어? 깨어난 것 같은데...... 아닌가?

베 짱 이 : ......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베 짱 이 : (몸을 뒤척이며) 너는 누구니?

여자 나비 : 나? 나는 나비야~ 이름은 나불나불이지......

베 짱 이 : 나불나불? 이름 예쁘네. 그런데 넌 여기서 뭐 하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용은 이랬다. 나불나불이도 지난해 나처럼 띵까띵까 꿀만 빨며 놀다가 추운 겨울이 오자 춥고 배고파서 이러다 죽나 보다 하고 쓰러졌는데, 정신이 들어보니 개미굴이었다는 것이다. 개돌이라는 개미 녀석이 나불나불이를 구해주었고, 지금은 상태가 좋아져 나불나불이에게 나 베짱이를 돌봐주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개돌이가 계획한 것이 분명하다. 음흉한데 마음에 드는 녀석! 내가 개돌이를 가르친 보람이 있다. ㅋㅋㅋㅋ


개돌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몸이 마음이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아 지쳐서 활력을 잃고, 무력감과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에는 연애가 답이다. 연애는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목적을 설정하게 한다. 활력을 주는 것이지. 박카스의 몇 만 배라고 생각하면 설명이 될까? (안될듯하다. 미안하다ㅠㅠ)

연애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정신을 치유하고 회복시켜 주는 것은 없다. 신경정신과의 만병통치약인 연애!!! 가끔 연애하다가 상대에게 까이는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그 부작용에도 새로운 연애가 약이 된다. 젊은이들이여 절대 연애를 포기하지 마라! 


개돌이와 함께 개미조직을 개편하고 정비했다. 그러면서 개돌이에게 내가 가진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개돌이도 나를 닮은 천재 개미였던 것이다. 따듯한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두뇌회전이 빨라 이해력이 좋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주변의 형편에 맞게 조직을 잘 이용하며, 많은 개미들이 개돌이를 따른다. 웅변 실력도 좋아 살짝 카리스마도 있는 것 같다. 그런 개돌이에게 인생에서 도움이 될 만한 철학과 세상의 이치를 틈나는 대로 설명해 주었다. 그런 나에게 개돌이는 연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대단한 개돌이! 난 그때 개돌이가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개미 천재 개돌이


7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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