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자 부적응자의 슬픔
눈을 뜨자마자 확신이 들었다.
붓기, 빼박이군.
어쩌겠냐며,
또 슬슬 운동하러 가야 하지 않겄습니까.
25층 꼭대기에 헬스장이 있다기에 올라가 봤더니,
너희! 이런 뷰 보면서 운동하는 거니..?
진심 너무 부럽다..
(한 달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냐며, 일거리라도 찾아야 한다고 혼자 다짐해 본다.)
달릴 맛 나자냐..
그렇게 러닝머신에 올라탄 나는,
20분을 열심히 달렸다고 한다.
씻고 준비하며, 요즘 매일 듣는 노래가 있다.
혼자 여행 와서 그렇게 좋다면서,
오늘도, 내일도 아임낫디온리원..(I'm not the only one)
이거 맞아요? 저 안 외로운 거 맞죠..?
샘 스미스 오빠,
제 쓸쓸함을 이렇게 찰떡같이 달래줘서 고마워요.
우리 언제나 함께합시다.
무슨 여행이 이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냥 떠오르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여기서도 나의 시간은 흐르지만,
굳이 빽빽하게 채우고 싶진 않다.
그냥, 가볍게 스케치하듯 루트를 짜본다.
오늘은 어제 바텐더가 말해준 바에 가보기로.
LAST CALL BAR.
그걸 중심으로
식사 → 커피 → 바 → 귀가 루트로 결정.
심플 이즈 베스트.
참 단순하다.
국숫집을 열심히 찾다가,
결국 지난번에 갔던 아룬완으로 결정.
교통수단은 어김없이 오토바이 택시.
이동이 이렇게 용이하다니…
5~1000원에 이런 효율이 가능하다고? 거의 마법 수준.
기사님들은 쿨하다 못해 칠(Chill)하시다.
이동할 땐 무심한 듯하다가도,
내릴 땐 팔로 딱 지지해 주는 그 다정함, 무엇?
그렇게 국숫집 도착.
역시나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고,
여전히 친절하다.
소통은 어렵지만
눈빛에 다정함 한 스푼 섞여 있음.
삶은 고기는 무조건 맛있고,
국수는 입맛대로 조절 가능하니,
기분 좋게 먹고 나온다.
근데 말입니다,
차이티를 시켰더니 주전자 크기가 실화인가요?
태국은 마실 것에 무척 후하다.(주류 제외)
다음은 또 검색의 민족답게
평점 5점짜리 BEANS 커피숍으로 향함.
어떻게 300개 넘는 후기가 전부 5점일 수 있는지요?
궁금함을 찾지 못하고 가본다.
근데… 입구 어디?
창고 아닌가요?
싶으면 거기가 맞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작고 예쁜 매장이 나온다.
나는 한국인이 추천한 '더티 커피'와
온두라스 드립 커피,
총 두 잔을 주문한다.
폐점시간을 물어보니 17:30.
나는 17시 09분에 주문을 했는데요..
그렇담 제가 한 번 빠르게 마셔보겠습니다.
마실 거 그까잇 거 한 큐에 가능하죠
먼저 나온 더티 커피.
음... 네??? 와... 미쳤다..
선생님.. 왜 이렇게 맛있나요.
무슨 일이에요 대체.
이렇게 조그마한 잔에서 이런 맛이 나면, 감질나서 어쩌라고요.
홀리 몰리.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Fix You (맞아요, 콜드플레이 그 노래)
여긴 천국이 분명합니다.
꿀맛 커피 + 기가 막힌 선곡.
저는 지금 세상을 다 가졌습니다.
빠르게 흡입해야 하면 어떤가요.
이 짧은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온두라스 드립커피는 빠르게 원샷하고
구글에서 또 올게요를 검색해서
"래-우 짜 마-익 크랍~"(쓰인 대로 말하기 있기 없기, 문법파괴..)
했더니 '잉??' 하다가,
함박 미소를 지으시고는 "Thank you"
그렇게 또 다정함 한 스푼 받아갑니다.
하지만 갈 곳을 잃은 나.
바 영업시간은 19:30분부터이고,
나는 글을 써야 하고,
그래서, 저 어디로 가죠?
하다가 유튜브에서 봤던 커먼스(COMMONS)라는 카페로 이동. 도보 2분 거리
그냥 카페인줄 알았더니, 복합 푸드코트 같은 느낌?
내가 마실 거나 먹을 걸 사서 자리에 앉기만 하면 되는 구조.
한국인의 갬성이라는 계단식 좌석도 있고,
가 봅니다.
보이차 라테를 시켰어요.
시커먼 비주얼에 끌려서 주문했는데,
와… 차가 엄청나게 씁니다.
시럽 넣으셔야 해요. 진심.
그렇게 앉아서
아픈 엉덩이를 참아가며
2시간 동안 기록에 집중.
속으로 조용히 외친다.
“I’m done.”
커먼스는
커피 마시는 사람,
밥 먹는 사람,
술 먹는 사람 다 섞여 있어요.
외국인들은 맥주 한 잔씩 들고
파티처럼 웃고 떠들고,
와인도 사서 마시고,
재즈 공연도 하고.
이런 분위기,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참고로 계단 좌석은 비추.
에어컨 안 나와요.
자, 이제
마지막 미션 래스트 콜 바.
스픽이지 바답게 문 찾기 쉽지 않음.
근데 또 그런 재미있잖아요? :)
들어가 보니
거의 현지인 전용 느낌.
바텐더 분, 유쾌하게 영어로 설명해 주심.
계획 있냐고 물어보셔서,
추천해 주면 가본다고 했더니
바 리스트를 엄청 길게 써주셨다.
방콕도 바마다 시그니처 칵테일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시켜 먹다 보면 텅장으로 가니 조심하쎄유
그렇게 칵테일 두 잔쯤 마시고 나니..
슬슬 잠이 옵니다.
전 글렀어요..
시차적응 실패자 여기 있습니다.
(12시만 되면 잠이 오는 매직.. 그럴 거면 변신이라도 시켜주시지...)
그래서 또 숙소로 갑니다.
제가 애정해 마지않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말이죠
오늘도 방콕의 밤이 깊었습니다.
즐겁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