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해장을 기가 막히게 해야 하니까.
제목에서 이미 얼큰한 향이 올라올지 모르겠지만,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길.
전날의 흔적을 털어내야 했거든요.
그래도 혼자 온 여행인데,
기분 좋은 기억들로 채워야 하지 않겠어요?
자, 2일 차 시작합니다.
분명 3시 반에 잠들었는데,
눈은 7시 반에 말똥.
(한국 현재 시간 9시 반, 평소 기상 시간도 7시 반)
완벽한 시차 적응.
이렇게 몸으로 먼저 터득하는 나, 대견하다 정말.
일어나자마자 떠오른 생각.
'배고프다. 브런치(Brunch).'
계획은 없지만, 나에겐 구글 지도가 있지.
평점 4.5 이상이면 웬만하면 괜찮다는 통계적 믿음이 있거든요.
걸어서 3~5분 거리에 평점 4.7.
식물과 하나 되는 브런치 가게.
한국인분들 후기도 상당하길래, 망설임 없이 출발했어요.
날씨 좋고, 길거리엔 벌써부터 불향 꼬지들이 유혹하지만
저는 제 길을 갑니다.
입장하면서,
“오, 여기다.” 느낌이 온다.
대부분 호텔 조식 먹으러 온 분위기지만
전 당당하게 메뉴를 요청합니다.
치즈&시금치 파니니, 아메리카노.
분위기 파악 중.
잔잔하고 평온한 오전 11시 같은 그 공간.
파니니는 기대보다 맛있고,
배가 부르니 꼬지는 다음 기회로.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원래는 방콕 오면 1일 1운동 후 탐방이 목표였지만,
어제의 체력 저하로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
'마사지'
어제 그토록 헤맸던 동네에서,
3년 전 힘들게 찾아갔던 마사지 샵이 도보 5분 거리에 떡.
숙소 위치는 신의 한 수였어요.
제가 문제였을 뿐.
이제 문제는 예약.
유심이 안 터지니까, 전화도 라인도 못 씀.
혹시나 하고 메일 인증 시도 → 간신히 결제까지 완료.
그런데 시간 예약하려고 보니,
'라인'으로 혹은 '전화'로 예약 가능하다고..^^
포기하고 직접 가야하나 싶었는데, 홈페이지 채팅으로 성공!
그리고 2시간 후, 천국 도착.
예전에 본 유튜브에서 추천했던 마사지사 BEN.
예약 확인해보니 제 담당도 BEN.
그런데 정말, 마사지를 받다가, 진심으로 “엄마...” 소리가 나올 뻔했어요.
압도 압인데, 기술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랄까요.
손끝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애정.
정말, 태국에서 만난 엄마 같았어요.
덕분에 다음 날도 BEN에게 재예약.
감사와 감동? 그걸 넘어선 차원이었어요.
마사지 후 급격한 허기짐을 느껴 주변 팟타이 맛집에서 새우전과 함께 배를 채우고는
숙소로 돌아와 낮잠 한 판.
저는 야행성에 가까워서, 방콕의 덥고 습한 오후엔 웬만하면 실내에 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THAIPIOKA.
전에 와봤던 곳인데, 좋은 기억이 강렬했던 공간.
통로(Thonglor) 분위기요?
한국으로 치면 청담동 느낌이라 합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떼가 있으니
청담과는 또 다름.
동남아 특유의 찐한 매력.
힘들게 공수한 위스키 한 잔 털고,
콘도 셔틀 타고 출발.
아참! 후기를 보다가,
바선생 나왔다고 학을 뗀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쥐도, 지네도, 당연히 바선생도 익숙하답니다.
얘네를 보면 "아 또 왔네?"
'있으면… 잡지, 뭐.'
사실, 동남아는 바선생이 출근도장 찍는 지역이라 봐도 무방해요.
덥고, 습하고, 먹을 것도 많고.
삼박자가 어우러져..
숙소에서도 이미 애기 바선생님들 5마리 정도 죽였습니다.
보이면 아쉽지만, 안녕..
물론 한국처럼 벌레 혐오 강한 분들에겐
동남아가 꽤나 하드코어할 수 있어요.
해치울 수 없다면, 제 눈을 감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오토바이 택시를 아주 애용합니다.
그런 풍경 볼 일도 없고, 문 앞까지 딱 데려다주니까요.
무서우면 제가 피하면 됩니다.
도착했더니, 제가 첫 손님이었어요.
그 큰 공간에 저 혼자라니,
웰컴 드링크도 주시고,
직원분의 따뜻한 말에 칵테일 두 잔 주문.
DJ 음악도 즐기고, 술기운 올라옵니다.
취한 느낌이 들어 움직여야 했어요 .
스텝이 추천해준 바에 가려고 길을 걷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배고픔.
술이 간에 도달하기도 전에, 위에서 먼저 항의 들어옴.
‘지금 뭐든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눈이 뒤집히는데
눈에 익은 간판 발견.
어라? 구글지도에서 본 곳인데? 평점도 4.5 넘었는데?
입장.
'고수향이 너무 진하면 어쩌지…' 하며 입에 넣었는데,
첫입에 뇌에서 바로 신호가 온다.
‘와 이건 찐이다.’
맵고, 짜고, 뜨겁고, 고기 쫄깃하고,
국물은 MSG와 뼈의 정직한 조합.
먹다 말고 구글 이미지로 고기 메뉴 찾음.
직원 부르고, 고기 추가.
고기 나옴.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정신 차리고 보니 그릇이 비어 있더군요.
국수 한 그릇, 고기 한 접시.
진짜 해장이 뭔지 보여주는 조합.
"내일 붓겠지" 라는 생각, 10초만 하고 그만둡니다.
이미 배 속에서 유랑 중이니까요.
그렇게 기분 좋은 밤바람 맞으며, 오토바이 택시 타고 숙소로 복귀.
아름다운 밤입니다.